원로 소설가 김춘복의 장편 소설 “운심이”가 소설의 주 무대인 밀양지역과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서점과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김춘복의 장편소설 “운심이”는 밀양출신의 관기였던“운심이”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특출한 기예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검무’의 달인으로 훗날 조정에 뽑혀가, 영조 시절의 궁궐에서 칼춤처럼 휘몰아치는 한 여인의 일대기를 후세에 남긴 인물이다. 작가는 말년의 유려하면서도 묵직한 필치로 잠자고 있던 역사 인물의 이야기를 소설 속으로 생환시켜 놓았다.
줄거리에 따르면, 두 차례에 걸쳐 속량의 기회가 주어 졌으나 운심이는 한사코 기적에 제 존재의 이름을 담고 일생을 살았다. 흙탕물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의 연꽃처럼 모친에게 전수 받은 “밀양이검무”를 조선의 기예 중의 하나로 꽃피워 내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관기인 “운심이”는 왕대비의 만수를 기리는 진연에 참가하는 “선상기”로 발탁되어 궁중의 “장악원”에 들어간다. 이를 계기로 영변 출신의 해월이라는 행수기생과 운심과 윤심을 축으로 하는 두 세력 간의 충돌과 갈등이 소설의 큰 얼개를 꾸리고 있다. 한편 주인공인 운심이에겐 사헌부의 대 사헌을 역임한 생부 이병주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야 하는 또 하나의 ‘칼춤’이 그녀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
“운심이”에 빠졌던 몇 분의 촌평을 살펴 보기로 한다.
최불암(연기자)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작품을 읽었다. 대저 기생이 주인공인 소설은 흥미 위주에 치우친 나머지 읽는 동안에는 재미있지만,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나 김춘복의 장편소설 『운심이』 는 쾌락적 기능은 물론, 교시적 기능까지 유감없이 발휘함으로써 그 차원이 다르다. 대학 시절에 발표한 처녀작 『낙인』 에서 보여준 치열한 산문정신을 초지일관 견지하며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나이에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그가 새삼 존경스럽다. 만약에 이 작품이 영상화된다면, 주인공 운심이로 하여금 참된 삶의 도리를 깨우쳐 준 스승 ‘윤 초시’ 역을 맡아, 나 또한 노익장을 한번 과시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임헌영(문학평론가) 조선 최고의 검무기 운심은 몇몇 전문 연구자들의 저서나 드라마에서 단편적으로 슬쩍 스치고 지나갔을 뿐, 여태까지 그 실체를 온전히 드러낸 적이 없었다. 밀양 출신 약산若山 김원봉金元鳳 장군을 주인공으로 하는 민족해방 운동사를 형상화하려는 야심을 품고 낙향한 지 24년 만에 19년간의 각고 끝에 약산에 뒤지지 않을 동향 출신인 운심이의 일대기를 복원하는 데 성공한 김춘복 작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근현대사 민족사의 민중적 수난을 주로 다루어 온 작가의 시대정신이 당쟁으로 얼룩진 영조 시대로 지평을 넓혀 일궈낸 문학사적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김은희(한국전통무용가. 밀양검무보존회장) 1988년부터 박제가의 「검무기」 등 여러 문헌을 고증하여 「밀양검무」의 춤사위를 복원하여 전승과 보급에 전력하고 있는 내게 작가 김춘복은 두 번에 걸쳐 놀라움을 선사한다. 밀양시 상동면 안인리 소재 속칭 ‘꿀뱅이’에 안치되어 있는 운심의 유택을 재발견한 것이 그 첫 번째이고, 또 한 가지는 이 작품을 통하여 「밀양검무」의 창시자인 운심이의 생애와 사상을 복원함으로써, 60년 넘게 춤만 추어온 내게 ‘나는 왜 춤을 추는가, 누구를 위하여 춤을 추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준다. 무용가를 지망하는 모든 분에게 마땅히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한편, 오는 10월 15일 작가가 살고 있는 밀양에서는 “도서출판 두엄”“경남작가회의” “밀양문학회”등이 주축이 되어 소설 “운심이”의 북 콘서트가 전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치루어 질 예정이다. 콘서트에는 남도의 가객 김원중이 출연하여 “운심이”의 출간을 축하하는 무대를 가질 에정이다.
작가 김춘복 약력
193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중·고등학교를 거쳐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중‧고교 등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1959년 단편 「낙인」으로 『현대문학』에 초회 추천을 받은 이래, 오랜 침묵을 지키다가 1976년 장편 『쌈짓골』을 『창작과비평』에 연재함으로써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장편소설 『쌈짓골』‧『계절풍』‧『꽃바람 꽃샘바람』‧『칼춤』‧『토찌비 사냥』, 중단편집 『벽』, 산문집 『그날이 올 때까지』, 향토탐구영상물 『미리벌 이야기』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경남작가회의·밀양문학회 고문으로, 향리인 밀양얼음골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신국판 644쪽/ 25000원/도서출판 두엄
(김춘복 010-7570-2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