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상주 시인
홍어
내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담배곽을 사랑하고
고무호스를 사랑하며
그들의 맛을 탐닉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신으로 알고 존경했고
그들이 버린 쓰레기도
고귀한 선물로 알고 탐닉했다
그것이
내가 먹어선 안 될 것
그건 내 배를 갈라 본
인간들의 표정으로 알았다
그런데
내 삭은 몸뚱아리를 씹을
사람들이 알기는 할까
아농*
눈이 막힌다. 남들은 기가 막힌다는데
입자가 고운 색일수록 닦아 내기가 힘들다
촘촘히 박히는 것들이 틈을 붙잡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흰 것을 보면 곱다더라
그런데, 여기선 검은 것이 제일 고와
잘 막아주려면 곱디고운 섬세함이 꼭 필요하댔어
아, 이제 나노 블랙이 있다더라
그 고운 나노라야 아주 검어, 반사조차 없이 검어
블랙홀을 훔쳐 왔는지 물어보고 왔지
눈이 막히니 세상이 다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어
숨까지 막혀오는데
할 일 끝낸 눈 좀 풀어달라고 턱턱 오류를 점으로 뱉으니
그제야 옷조각 몇 개와 뿌려지는 아농
관계를 끝낼 때는 말끔히 닦아 내줘
시커먼 중고 티가 심하게 나면 곤란하잖아
떠나는 쪽도 말끔하게 닦아줘야
이별이 깨끗해지는 법이잖아
아농이 필요한 건 그 때문이야
아, 불타오르기 좋은 아농이
닦기도 좋다는 건 아이러니지만
꼭 필요해
넌 잘 있어, 난 잘 갈게! 굿바이
*아농: 실크스크린 인쇄에서 인쇄판을 깨끗이 닦아 내거나 잉크를 녹이는 데 쓰는 용제
뼈의 종류
사랑은 닭 뼈입니다
여지껏, 매번
그것이 부러지면
목구멍을 찔려 밤잠을 이루지 못하지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억하기에도 더러는
의사가 필요할 만큼 아픈 것이죠
이제는
닭 뼈만 봐도 목이 간질거려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를 않네요,
소뼈는 어디서 파나요?
정육점에 들렀다가
실망한 눈으로 집에 옵니다
자기야, 여보야, 결혼상담소
그래요. 거기는 뼈는 안 팔죠
어쩌면 그것은 파는 물건이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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