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도 승부사적 기질 엿보여,
충성보다는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기억돼야..
대선 참패 후 호남정치인들 특히 광주.전남의 민주당 정치인들에 거는 기대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민주당에 거는 기대는 오로지 지역을 견인할 인재를 배출하고 이들을 사용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주·화순에 지역구를 둔 신정훈 의원은 민주와 정의를 정치의 가치로 삼아온 광주·전남을 대변할 민주당의 자산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신정훈의 정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신정훈의 속살을 보여준 화순 정치 판도를 짚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정훈의 화순정치는 성공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먼저 그동안 파열음이 컸던 구충곤 계열을 품었다. 차기 경쟁자인 손금주 계파도 흡수해 버렸다. 반면에 자신의 수족도 잘라내는 과감한 결단도 보이면서 친정체제 강화라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친정체제 강화는 ‘일사불란’함도 있지만 신정훈 개인의 독주체제가 지역구 의원에 바라는 존경보다는 충성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에 관의 높낮이보다는 소통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는 여론도 살펴야 할 대목이다.
신정훈의 정치는 2년 전 민주당 나주·화순지역구 경선과정에서 화순지역 신정훈계는 구복규·문행주(도의원)와 이선·정명조(군의원)정도였다. 경선에 김병원을 내세운 구충곤계는 강순팔,김석봉,윤영민,유영길,임영임,조세현,하성동,최기천(군의원)으로 실질적으로 지역세가 강한 세력으로 양분됐었다.
반면에 현역의원이었던 손금주계는 전완준(전군수)와 유경숙(전군의원)박기동(군의원공천자) 정도였다.
경선에서 신 의원이 승리하고 재선으로 국회에 입성, 예결위원으로 민주당 선임부대표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이번 공천의 키를 쥐고 있었다.
관심의 초점은 경선 당시 자신을 떠난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공천의 방향성이었다. 신진 인재도 필요하고 지역의 현안을 잘 챙기는 군수와 광역의원 그리고 기초의원들의 공천 기준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사감에 의한 사천(私擅)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정훈의 정치는 합리성과 균형감을 잃지 않았고 명분도 내세우며 신진 인재 영입도 과감했다. 특히 지역 민심이 강하게 원하면 자신을 떠난 사람도 품어주는 포용력도 보여줬다. 반면에 민심이 원하지 않으면 매섭고 독한 모습도 공천 결과로 나타났다.
군수와 광역후보군들은 경선을 거쳐 후보자로 결정되었지만 군의원들은 지역구 의원 재량의 폭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구충곤계로 분류됐던 군의원들은 이번 공천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공정과 민심 합리성이 혼재된 모습이면서도 2년 후 지역구 경선까지 염두에 둔 친정체제 강화에 무게도 실린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구충곤 군수와 원팀이였던 강순팔, 윤영민의 군수 후보로 나선 체급 상승은 구도의 실패였고 시기상조임이 증명됐다. 광역의원 1지구 임지락과 2지구 류기준이 후보로 확정되었고 군의원에는 하성동과 김석봉이 공천자로 결정됐다.
반면에 신정훈 계열이었던 조재윤(전나주부시장), 문행주(도의원)는 군수경선에서, 민병흥(전도의원)은 2지구 도의원 경선에서 석패했다. 결과로 본 군수와 도의원 경선은 계파를 떠난 공정한 경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기초의원 경선은 신정훈계와 구충곤계 모두 불만이 팽배했다. 대표적으로 신정훈계였던 정명조 군의원과 구충곤계였던 조세연, 류영길 군의원의 컷오프는 민주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6.1 지방선거에 나설 체급별 민주당 화순 후보군들이 결정되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여타의 지역에 비해 공천 잡음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제 신정훈의 정치가 발현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