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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시 』정승화 시인
그리움의 질량 외 1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2/03/03 [13:39]
▲     © 전남방송

▲ 사진/ 정승화 시인

 

 

그리움의 질량

 

     정승화

 

 

저문 강가에서 달을 낳고 무수한 별을 저격했다

별이 진 자리에 흰 뼈가 일어나 휘파람을 불고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를 읊었다

저문 강가 안으로 쉼 없이 떨어져 나와

일어선 착란을 받아냈다

꽃이 아닌 별들이 물망초처럼 피어나고

다리가 없는 물고기가 잠드는 강가

 

모든 어둠이 눈동자로 몰려들었다

오래된 눈동자는 비밀의 정원이었다

그 눈동자에서 별이 떨어지고 꽃을 키웠다

난해한 질문 같은 저녁이

자박자박 발밑까지 도착하여

어둠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멀리 있던 추억의 질량은

시간의 좌표를 만들어 그리움을 끌어 당겼다

참았던 숨을 내쉬고 그리움을 더듬을 때

밟혀 꿈틀대는 오후가 어느 날의 오후와 혼선이 되었다

잔소리처럼 시끄럽다

 

 

 

화장 火裝

 

     정승화

 

 

  무릎에서 물소리가 나지 않았다 맞지 않는 뼈들이 충돌하는 사이 촉수가 몰려들었다 무릎에 문고리를 달아 넣었다 물의 살이 말라가면서 다리를 절었다 붉은 물결은 혀와 입술, 손톱과 발톱까지 물들이고 이내 눈물로 쏟아졌다

 

  엄마, 눈에서 검은 물이 나와

  얘야 그래서 비스듬히 기울어진 눈을

  맞추면 안 된단다 얼굴을 쓰다듬다보면

  방향도 잃게 되지 그곳은 풍향계가 거꾸로

  돈단다 그리고 시계가 거꾸로 서 있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물들이 손바닥으로 걸어 다니고 직립

  보행은 하지 않는단다 모두 등판으로 걷지 때로

  다정한 먼지로 가득 찼단다 그런데 얘야, 이제

  그만 너의 목젖을 돌려주겠니

 

  물의 살이 말라갔다 목이 서늘해지고 거꾸로 도는 풍향계가 보였다 사라졌다 끼익 쇳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절룩거리다 끼룩거리다 깃털 뽑힌 까마귀가 방향을 잃고 쏟아졌다 화장을 고치고 문을 다시 달았다

 

 

약력

      1968년 충남 부여 출생

      2006년 문학21 등단

      시집으로 『무릎시계』, 『꽃의 배꼽 』

      제4회 한국시인상

      제14회 한국녹색시인상

      현) 사단 법인 《 시와 산문 》이사

 

 

 

 

[오현주 기자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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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3/03 [13:39]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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