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바닥
이안
가전상가 앞에 내놓은
종이박스를 노인이 끌고 간다
노인의 작살에 걸린 박스는
가자미처럼 납작해져 질질 끌려간다
옆을 지나는 빈 고깃배들이
부러운 눈빛작살을 던진다
종이의 살점이
바닥에 끌려 너덜너덜한데
너무 멀리 나온 탓에
무단횡단의 해일을 이겨내도
고물포구는 아직 멀다
희망을 갖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석양등대가 보이는 언덕을
넘실넘실 노인이 넘어간다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바다'의 한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