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디지털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공지능과 몰입형 예술(immersive art)이 결합하여 “환상현실(Fantasy Reality)”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있다. 미래형 뮤지엄은 인공지능과 디지털기술에 기반을 둔 언제 어디서든 몰입의 미적 경험하면서 작품이 완성되는 몰입형 예술이 인기를 끈다. 몰입의 미적 경험은 보고, 듣기, 느끼기 등과 같이 시각에 의존하던 미술을 경계가 무한히 확장한다.
디지털 환상현실은 디지털 자아(digital self)를 기반으로 한다. 인공지능시대의 뮤지엄은 관람객의 디지털 자아와 소통이 불가분하다. 디지털 자아는 온라인 상태에서 사용하는 페르소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보여주는 온라인 콘텐츠는 디지털 기관이라는 기계적인 이미지를 넘어서 디지털 자아로서 관람객에 다가갈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문화기관이 디지털 자아를 생성하여, 문화향유자 혹은 예비 문화향유자와 접속에 친밀감과 최적화를 도모해야 한다.
개인에게 보이는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는 과연 일치하는가?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진화함에 따라서 개인맞춤형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이 고도화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와 아니오가 병존한다.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가 일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확장 현실, 환상 현실 등 현실을 재정의하고 있다.
▲ 콰욜라,Remains Vallee de Joux ,2018 © 전남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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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개인의 취향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찾는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준 “환상현실”로 몰입은 예술의 창작자가 무사심으로 창조적인 상태에서 느끼는 미적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몰입은 현대 정신의학에서도 다루어진다. 대표적인 정신의학자로서 시카고대학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Finding flow: The psychology of engagement with everyday life에서 몰입에 관해 연구했다. 그의 저서는 『몰입의 즐거움』으로 번역되면서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었으나, ‘몰입 찾기: 일상의 참여의 심리학’으로 직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칙센트미하이는 그의 저서에서 “몰입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운동선수가 말하는 물아일체의 상태, 신비주의자가 말하는 ‘무아경’, 화가와 음악가가 말하는 미적 황홀경”이라고 기술한다. 그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몰입을 경험하며, 몰입할 때 더 행복해하고 의욕이 넘치며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몰입하면, 시간의 흐름을,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일 자체에서 가치를 발견한다고 설명한다.
몰입은 그 자체를 즐긴다는 점에서 자기목적적(autotelic)이다. 창조적인 사람은 자기목적적이며, 사심이 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몰입은 배움과 연결된다. 몰입의 경험은 배움을 이끄는 힘이다. 새로운 수준의 과제와 실력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다. 몰입은 예술의 감상자에게도 적용된다. 예술의 감상자는 예술에 몰입할 때에 미지의 영역으로 정신을 넓히는 데서 느끼는 희열은 항상 느끼는 즐거움을 준다.
몰입형 예술은 동양미술론의 관점에서 물아일체의 미적 경험을 선사한다. 몰입형 예술은 내가 예술에 몰입하여 하나가 되는 미적 경험을 하게 한다. 몰입의 미적 경험은 찰나이든 지속하는 시간을 넘어선 심리적 시공간이자 상태다. 전통시대의 몰입형 예술은 창작자가 산수를 화면으로 담아내고, 감상자는 산수화를 보면서도 감상자의 마음속에 산수를 품는 ‘마음의 산수[胸中邱壑]’이었다. 인물화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기회는 매우 적었고, 조상의 초상화가 제한적으로 제작되었다.
▲ 박경근 ,1.6초 , 2016 © 전남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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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의 몰입형 예술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빛, 소리, 향기 등의 오감을 활용하여 마음이 오롯이 몰입하게 만들어 낸 “환상현실”이다. 환상현실은 마음이 만들어 낸 환상의 현실이자 동시에 현실의 환상이다. 환상현실이라는 용어는 미뇽 닉슨(Mignon Nixon)이 2008년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와 모던 아트를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의 제목에 사용되었다. 환상현실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예술에 적용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에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서 급격히 다양화해 지고 있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 현실(XR)을 넘어서서, 몰입형 예술은 환상현실(FR)로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몰입형 예술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디든지 환상현실로 탈바꿈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적 예술형태다. 몰입형 예술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 감상자의 몰입 체험으로 환상현실이 완성되는 미래형 미술이다. 관람객 각자의 미적 경험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각자 감상자에 따라 자신만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몰입형 예술은 고도의 정교한 과학기술을 이용하지만, 감상자는 기술 자체를 이해하기보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새로운 환상현실에서 공감각의 미적 경험을 하게 된다.
디지털기술과 빛을 활용한 환상현실로서 다양한 시도들이 전세계적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빛의 벙커, 일본의 팀랩, 캐나다의 모멘트 팩토리가 몰입형 예술의 최신 전시를 전 세계에서 선보이고 있다. 몰입형 예술은 고글과 같은 장치없이 공간 전체를 디지털 맵핑하거나, 기존의 공간을 활용하면서 디지털기술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 알베르트 바르케 듀란 외 , 나의 인공적인 뮤즈, 2017 © 전남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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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형 예술에 관한 연구도 2000년 초반부터 속속 발표되고 있다. 몰입형 예술의 창자자들은 팀을 이루어 연구하고 개발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VR의 체험에서 고글과 같은 장치를 착용할 것인가라는 방향에 대해 시공간 지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Visual Guider를 제안(2005) 하기도 하고, 제스처 인식기술(2012) , 360°몰입형 가상현실에서 서사, 중개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체험자 중심의 영상의 분석(2017)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과학기술을 도입하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기술은 예술의 획기적인 전환을 선사한다. 몰입형 예술은 5G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등과 최신 기술을 결합하면서, 환상현실로 새로운 미래형 예술을 선보인다. SNS와 같은 미디어의 발전과 AR·VR 등 기술의 발달은 전통의 문화·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와 만나 새로운 형태의 예술과 전시를 만들어 낸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고도화될 개인맞춤형 몰입형 예술은 관찰대상으로서 내가 아니라, 나 자신이 디지털로 만들어진 몰입형 예술에 참여함으로써 환상현실의 예술작품이 무한히 확장될 것이다. 미래 예술은 관객들은 작품 밖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환상현실의 작품 속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작품과 하나로 몰입한다. 현실 자체가 예술로 전환되는 환상현실의 예술이 다양하게 확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