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유화>
미술관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당에 하얗고 작은 잎들이 눈처럼 쌓여있다.
봄날 같지 않은 거센바람에 무엇에 쫓기는 사람마냥 이리저리 뒹군다.
벚꽃도 멀리 있고,
찔레꽃은 아직 피지 않고,
목련은 이리 작지 않는데
봄날 눈송이가 되어 흔들리는 이 꽃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 미술관 귀퉁이에 알 수 없는 모습으로 피어 있는 설유화였구나!
그리움도 지쳐가는 시간을 견디고 잠깐 짧은 만남을 위해 찾아왔는데
속없는 바람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꽃잎을 데려갈까...
나는 몇 잎 남은 설유화 화분을 미술관 안으로 들여놓았다.
속 타는 내 마음과 달리 설유화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미소 짓고 있다.
모든게 다 그렇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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