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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시인 '곁에 없는 말'
[오현주 기자 = 전남방송.com]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1/01/18 [16:50]

 

▲     © 전남방송


 

.              곁에 없는 말

 

                      박지웅

 

 

   당신의 귓속에 물옥잠 꽃잎을 흘려 넣은 부장(副葬)이 어느 잠결에 본 편지 같아

   나는 네 개의 손가락에 불 붙여 흙벽에 걸어두고 물속에 번지는 글자들을 여러 번 이어 읽었다

   까맣게 사그라진 손톱을 주머니에 넣고 아침이 오는 내항으로 걸어가 고개 들면

   누군가 물속에서 등잔불을 흔들 듯 노을 든 바다, 그 먼먼 끝자리에서 비로소 접히는 편지를 보았다

   별자리들이 흐린 몸을 던지는 조류에서 입술이 태어난다고 믿었으나 가끔은 곁에 없는 말이 해변에 밀려오곤 했다

   흰 종잇장이 형편없이 모아 쥔 말을 태울 때마다

   무수히 태어나는 재의 나비는 모두 날개가 하나뿐이었다

   슬픈 것들이 모든 여정 마치고 내 육체를 묘지로 쓰는 밤을 외면하지 않았으니

   나는 나의 뒷면에도 써내려 가리라, 숨이 끊어진 채 수군거리는 재의 말들을

   그렇게 곁에 없는 말을 다 살다간 너머에서 오는 사람이 있다 한들 나는 모른다

   성근 봄빛이 찬물처럼 목덜미에 떨어질 무렵

    한 장 쭉 찢어져 백지로 날아가 버리는 한낮들

 

 

                          - 2020 인간과문학 여름호

 

      <박지웅 시인 프로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지리산 문학상

      천상병 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산문집/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시인은 2021년 봄, 시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2020년에 산문집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와 시집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증쇄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봄과 함께 찾아올 그의 신작 시집을 기대한다. 그 전에 박지웅 산문집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시를 읽는 아름다운 손가락들이여, 건강하고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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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18 [16:50]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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