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춘화 시인 <제7회 홍완기문학상 수상작> '어느 날 장미넝쿨처럼'
오현주 기자 / 전남방송.com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12/07 [18:40]
▲     © 전남방송

어느 날 넝쿨장미처럼

 

 

                한춘화

 

 

 

나는 상자 안에서 시작되었어요

방울뱀 소리를 수집하는 귀는

엄마가 아기 상자에 넣던 그 날

울던 빗소리에 뾰족하게 자랐어요

세상에 나오며 딴 급수

뇌성마비 1급 지체장애 1급 시각장애 1

 

그림자 없는 방 안에

마른 인형처럼 눕히면

몇 년도 그대로 있을 수 있어요

누운 자리 그대로 살이 삭고 흰 뼈가 드러나

뱉지도 삼키지도 못해 뿌리내린,

복지시설 맨 끝 방에

기록으로 존재해요

꽃이 무엇인지도 몰라요

꽃 안 피는 시절이라고 우는 당신은

많이 반성하세요

무채색 위에 핀 얼룩 같은 방에서

통점으로 이루어진 몸 가진 나도 있어요

 

흰 사이즈 작은 방으로 가는 길

봉사자 등에 축 늘어진 머리가 흔들리는 것이

담장을 갓 넘은 넝쿨장미 같다는데

좋은 말 같아 웃었어요

사람이 늘 때마다 작아지는 내 방

 

오늘은 나를 꼭 맞는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어요

잊고 살아도 된다는 얘기이기도 해요

상자에 넣는 건 중요한 것이나

필요치 않아 오랫동안 치워두는 것이래요

엄마는 중요한 나를 상자에 넣어 놓고

어느 상자인지 몰라

여태 뒤지고 있는지도 몰라요

 

엄마는

상자를 열어보기나 했을까요?

 

 

                   ㅡ 제7회 홍완기문학상 수상작

 

 

 

* 한춘화 프로필/

 

마음의행간 동인

2007시선 신인상등단

시산맥 회원

7회 홍완기문학상 수상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12/07 [18:40]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2024년 3월 이달의 추천관광지-영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