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今週의 詩 > 1
우물
강시연
바닥이 마른 세월
동그마니 앉아있다
두레박으로 퍼 올린 무수한 얘기들
태엽에 감겨 흙의 숨구멍으로 사라졌다
푸석푸석한 민낯에 물 한 바가지 뿌리고
몇 동이물을 쏟아 붓는다
금세 한가득, 눈빛에 찰랑댄다
여인들의 까르르 웃음 터지는 소리
물 퍼 올리는 소리
물바가지 내리는 소리가 교차하며 지나간다
한참을 내려다보는 아이도 있고
자신물* 퍼 가는 아낙도 보인다
잔잔해진 그곳에 돌멩이 하나 던져 본다
물 가슴을 치고 너울너울 내려가는 돌
물 파장을 온몸으로 느꼈으리라
‘그곳에 돌 던지면 안 되지’ 그 말이
귓가를 스친다
잠깐 눈 감았다 뜬 사이
엄마의 물빛 동공 속으로
그곳의 물은 기억처럼 사라지고
마른 빈 가슴만
마을 어귀에 무늬지어 앉아 있다
* 자신물 : 음식 그릇을 씻을 때 쓰는 물
강시연 시인 프로필
한맥문학 2016 신인상 시부문 등단
시와글벗 동인
시와달빛문학작가회 회원
지하철 안전문 2019 시공모전 당선
시와달빛 문학예술대상
저서) ‘눈물만큼 작은 하늘’
‘그 마음 하나’ 외 문예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