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 이제는 바꿔야 할 때
김해경( 전남방송 광주.전북 사장)
필자가 지난 9월 말에 언론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으며 제일 먼저 한 일은 화순, 나주, 광주, 곡성, 영광, 고창등 지역 축제의 현장을 취재하는 것이었다. 축제는 가는 곳마다 인파로 가득해 북새통을 이뤘고 성황리에 진행됐다.
특히 ‘2024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는 큰 호평을 받았다. 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3일까지 17일간 ‘10월 낭만 화순!’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가을꽃 단지가 조성되었고, 체험 존 등 7개 존이 운영됐다. 눈에 띄는 것은 처음으로 유료 입장을 진행한 것이다. 입장료 5000원을 축제장 화순 전역에서 사용이 가능한 화순사랑상품권으로 전액 환급했다. 결과는 축제 참여 부스의 판매 수익 증가로 이어졌고, 봄 축제 대비 판매 수익은 약 2.4배 증가했다.
이 축제는 제12회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에서 축제관광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우리 화순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화순 고인돌 유적지에서 개최한 가을의 향연”이라면서,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적 성장’ 두 키워드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가 성공하기 위한 요인은 무엇일까? 필자가 지역 축제를 취재하며 얻은 결론은 이렇다.
첫째, 지역 사회의 이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 정체성에 맞게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셋째, 축제의 주제, 프로그램 및 활동을 지역 사회의 고유한 문화, 유산 또는 정체성과 연결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지역 축제의 성공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넷째, 지역 축제의 기획 및 실행에 지역 주민, 지역 기업 및 지역의 민간 조직을 참여시키는 것은 지역 축제의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들고, 성공할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든다.
2024년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축제는 모두 1170개나 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에만 광주 광산구에서 ‘문화가 있는 날 실버마이크’가 열리는 등 전국적으로 36건의 지역 축제가 열린다. 따라서 여기 가도 똑같고, 저기 가도 똑같은 축제가 되지 않으려면 지역 축제의 목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순천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와 ‘평창 효석문화제’의 총감독을 지낸 남정숙은 SNS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가 트로트 가수 보러 그 지역에 관광 오겠어요? 유명 가수가 떠나면 팬클럽도 떠납니다.”라며 대형 트로트 가수를 불러놓고 관광객들이 많이 왔다고 홍보해도 이제는 사람들이 속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트로트 가수, 노후한 야시장 각설이 등 외부 유통업자들 대신에 “반드시 지역 주민과 지역 예술인들이 중심이 되어 창조적 콘텐츠들을 개발하고, 이 실험들이 향후 지역에서 소규모 비즈니스로 개발되어서 다수의 창업이 발생되고, 긍정적인 도시 변화로 연쇄 작동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수십억 원을 쏟아 붓고 트로트 가수로 연명하는 축제는 피 같은 예산을 낭비하는 축제라고도 했다.
지역의 특성과 사회 현안에 맞춘 지역 축제는 지역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앞으로 수년간 지역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는 지속적인 전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자체는 지역 축제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포괄적이고 실행 가능한 가이드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곧 지역 정신과 시민적 자부심과 결부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