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마경덕 시인
쓰라린 후회
아버지는 밤늦게 어두운 골목을 밀고 오셨다
불이 꺼진 마루에 홀로 앉아
주절주절 술이 깰 때까지 알 수 없는 말을 흘리셨다
아홉 자식이 있었지만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술주정에 몸서리치는 어머니처럼
나도 귀를 닫아버리고
밤마실 나온 달도 돌아앉았다
밤새 토해놓은 말을 베고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든 아버지
한집에 살았지만 너무 멀리 있었다
어느 날 깊은 잠에 빠져
영영 깨어나지 못한 아버지
그때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새벽의 발등이 젖도록 쏟아낸 속엣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 식구 그 누구도 아버지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는 것을
프로필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신발論』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외
북한강문학상 대상
두레문학상
선 경상상인문학상
모던포엠문학상
김기림문학상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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