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즐거움과 여유가 자연스레 느껴져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이다. 일상의 바쁨과 차곡차곡 쌓여진 스케줄 속에서 벗어나 단순해지고, 가벼워지는 여행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 탓으로 국내 여행수지가 3년 만에 최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주도를 찾는 것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제주도라는 섬이 매력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2박 3일 동안 무계획속 편편한(‘편안한’제주도 방언) 마음으로 제주도를 여행해본다.
도착한 제주도 국제공항은 복잡함이 카오스처럼 보여지지만 이미 충만된 여유로 모든 게 수용이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제주에는 전복을 이용한 다양한 향토 음식과 더불어 맛집이 많다.
공항에서 10분 거리인 ‘안녕 전복’ 식당은 일품으로 손색이 없는 것이 맛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에 당일 잡은 활전복을 사용하고 냉동전복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장님 친절함이 자연스레 배어 나옴이 여행 시작에 기분을 부풀려주고 허기를 달래준다.
점심 후, 제주 동쪽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6분 거리인 SNS 감성 사진 명소로 유명한 ‘어반정글 그레이밤부’ 라는 오션뷰 카페에 멈추게 된다.
카페의 이름은 어반정글과 그레이밤부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어반정글은 도시 속의 정글이라는 뜻으로 카페의 외관과 인테리어가 대나무와 식물로 가득찬 모습을 의미하고, 그레이밤부는 영어로 grey bamboo이라는 뜻으로 카페의 특별한 메뉴인 그레이밤부 라떼를 나타낸다.
흡사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카페의 마력은 뜨겁지 않고 선선한 날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며 바다 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나와 요즘 뜨겁게 사진 명소로 뜨고 있는 ‘김녕 떠오르는 길’로 향한다. 검색창에 입력 내비게이션 안내로 제주시 구좌읍 김녕 봉지동 복지회관으로 찾아간다. 모세의 기적처럼 밀물 때 바닷속에 잠긴 길이 썰물 때 확연하게 떠 올라 있었고, 푸른 이끼 낀 그 길을 걸어보는 기분은 어느 방향에도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다.
이곳은 김녕마을에서 바다를 향해 해녀분들이 물질하러 나가기 편하도록 바닷속 제주 현무암 위에 콘크리트로 길게 포장해 둔 길로써 제주에서 가장 긴 떠오르는 길이다. 이곳에 갈 때는 물 때 시간을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주위에 김녕 떠오른 길 카페의 수박 주스 한 잔이 입 크게 벌려 웃어보게 해준다.
순백 핑크 연분홍 연노랑 빨강 파랑 남색 청록 보라…. 세상에 모든 색상이 섞어져 있는 수국은 6월의 제주도를 수국 천국으로 만들어버린다. 종달리 수국길, 한림공원, 휴대리, 사려니숲, 카멜리아힐 등등 수국 명소로 유명한 곳이 많다.
제주가 본디 탐라 수국의 본향이기도 한 우리는 제주도 동쪽 성산일출봉에서 8분 거리에 자리한 약 2만평 규모의 정원 겸 카페인 ‘현애원’을 들러본다. 자연스럽게 펼쳐진 수국꽃밭과 야자수 아래 탐스럽게 핀 수국은 그야말로 오감이 절로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이국적인 감성에 흠뻑 취하게 하며 곳곳에 포토스팟도 마련돼 있다. 특히 팽나무 아래 펼쳐진 수국과 함께 찍는 사진은 요정 나무 수국 사진으로 불리며 보는 이들의 방문 욕구를 충족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먹거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음식의 총집합체는 재래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서귀포시 중심에 자리한 전통시장이자,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한 시장이다.
서귀포시 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상설시장으로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이 운영한다. 서귀포매일올래 야시장에서는 푸드트럭처럼 생긴 15개 정도의 이동식 판매대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및 청년 사업가들이 개발한 메뉴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제주갈치구이와 조림 한 상의 차림은 친정어머니 차려준 맛이다.
정적인 여행에서 잠시 색다른 액티비티한 경험하기 위해 서귀포 토평공단로에 있는 ‘윈드 1947 테마파크’에서 카드 타기를 시도해본다. 한라산 남쪽 풍경이 보이고 3만 평 규모의 최장 길이를 보유한 곳으로 액티비티함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서킷을 질주하는 자동차 경주자가 되어 강력한 엔진소리, 빠른 속도의 출력을 내면서 1,947미터의 긴 트랙을 달리는 짜릿한 기분은 몸 안에선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게 한다. 그러나 뿜어나오는 매연에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탄소 제로 시대에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에 잊지 못할 핫플레이스는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산양큰엉곶 반딧불이 축제이다. 산양큰엉곶은 곶자왈 지대로서 제주 4대 곶자왈중 한경-안덕 곶자왈에 속해 있으며 제주 원시림 그대로 모습이다. 흔히 보고 걸어온 숲길과 다른 숲길로 총 3.5Km의 숲길 탐방로는 마치 동화 나라로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그런 이 곳에 매년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만 한정적으로 볼 수 있는 반딧불이 축제를 한다. 미리 온라인으로 탐방 날짜와 시간대를 예약하면 되고, 스마트폰 등 인공적인 불빛 없이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야 해서 팀을 구성 인솔자 안내로 탐방 시간은 약 40분 소요가 된다.
짙은 어둠으로 덮인 산양큰엉 곶자왈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서 반짝거리는 형광(螢光)이 보이기 시작하고 20여 명 동행하는 탐방자들의 소리 없는 감탄사는 눈빛으로 교환한다. 반딧불이가 놀라지 않기 위해 어린아이들 포함 탐방자들의 침묵하는 모습이 경이롭고,사진 촬영은 금지로 눈으로 마음으로만 담아야한다.
이렇게 2박 3일 무계획 속 제주도 편편한 여행은 나와 무연(無緣)한 남들에게 좀 더 따스함이 전달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게 해준다. 보면 볼수록 더 보고파지고,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제주도는 진정 핫-플레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