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집 『먹갈치』를 펴낸 주평무 시인은 산골 마을 예배당의 종지기라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의 종교적 관점이나 형식은 다소 복잡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시는 대부분 예수 안에서 출발하고 예수 안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목회자로 하나님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시 안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고, 죽어가는 노동자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고, 고통 받는 자의 신음을 들으면서, 버려진 노인들과 자식을 잃은 여인들에게 피에타의 성모를 대하였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그가 쓴 시는 가진 자의 횡포와 권력자들에게 받은 서러움과 고통의 눈물을 씻어주는 위안을 구하고 있다.
5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각 부가 시작되는 첫 장에 성서의 일부분이 인용되어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시편들은 고통 받는 자, 절망에 내몰린 자,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시집에 실린 이들의 고통과 예수가 겪었던 고통이 동일선상에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하라/ 40일 단식 농성하는 세월호 가족 앞에서/ 짜장면 탕수육 배달시켜 먹듯/ 나는 저들에게 능멸당했습니다// 총독 빌라도와 그의 군인들이/ 손바닥으로 내 왼뺨을 치고/ 손등으로 내 오른뺨을 갈겼습니다// 내 얼굴에 주먹질을 하고/ 가래침을 뱉았습니다// 내 두 눈을 가리우더니/ 머리를 후려치면서/ 누가 때렸나 알아 맞춰보라 야유(揶揄)했습니다”(「에케 호모」)에서 보듯 예수가 받은 박해와 조롱을 우리 사회의 그것과 동일 선상에 병치시키고 있다.
시집의 해설을 쓴 복효근 시인은, “시인은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고 노래하지 못하는 새를 위하여 날아오르라 노래하라 말한다. 자본과 온갖 형태의 폭력에 날개가 꺾이고 목소리를 잃어버린 민중의 새들에게 “아무에게도 쉬운 삶은 없나니/ 오늘은 오늘의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하며 위로하고 싶은 것이다. 힘을 불어넣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라며 그의 시의 민중지향의 특장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 김진호 씨는 시집의 표지 글에 “그땐 집집마다 책꽂이에 시집이 꽂혀 있었다. 가장 흔한 선물 메뉴였고, 메모장에 적는 제일 멋진 구절도 시집에서 따온 것이었다.”면서 “주평무 시인의 시집 『먹갈치』는 레트로 백화점이다. 익숙했던 그러나 희미해졌던 기억을 되살리는 여러 장르의 시들이 모여 있다. 역사를 문학을 예술을 일상을 되새기는 시인의 사유의 힘이 속도에 묻혀버린 감성을 되살린다. 레트로 감성이 디지털에 찌든 영혼을 목욕시켜준다.”고 평하고 있다.
주평무 시인은 전북작가와 무주작가회의 회원으로 시집 『마리아의 입덧』을 펴낸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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