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 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구 철거공사 중이던 5층 건물(지상 1층, 지하 5층)이 무너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54번 버스를 덮쳐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7명(9명 사망, 8명 중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편도 3차선과 건너편 일부 차선까지 덮쳐 도로가 마비되는 사고였다. 2년 전에도 광주 학동 사고와 유사한 서울 잠원동 붕괴사고가 났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후진형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번 건물 붕괴 사고는 잘못된 철거방식과 안전불감증이 주원인이었다. 건물을 철거할 때는 지상에서 해체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상부분 일부분만 철거한 뒤 1층에서 철거한 것이고, 크레인 비용 30만원 절감을 위해 대여를 하지 않고 작업을 했다. 비용, 시간 절감, 관리, 감독부실, 부정부패 등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이번 사고는 다수의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중대한 사건이었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 철거 현장에 공사를 관리·감독할 감리 인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 측은 버스승강장 이설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동구청 역시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참사가 발생하기 두 달 전 한 시민이 '해당 철거 현장이 위험하다'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관할 구청은 현장 관계자에게 공문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 위험성에 대해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철거작업을 진행함으로써 더 큰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사고수습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감리사와 ‘비상주감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주감리와 달리 비상주감리는 공사 현장에 감리가 상주하지 않는 형태로, 시공사는 허가당국인 동구청에 이같이 신고하고 허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 감리사가 없다 보니 건물이 붕괴할 당시 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 인력은 현장에 없었고, 시공사로부터 철거 공사 하도급을 받은 업체 관계자와 작업자들만 철거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버스승강장이 철거 현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는데도, 버스승강장 이설 요청 등을 하지 않았고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시공사 측이 버스승강장 이설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지자체 차원의 현장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5층 건물 철거공사 현장 바로 앞에 덩그러니 놓인 버스승강장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감리사로부터 건물 철거 공법 등이 담긴 해체계획서를 신고 받은 당국이 현장을 한 번이라도 확인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전국에서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이어졌지만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누구를 탓하기조차 부끄러운 대형사고 현장 앞에서 앞서 간 사람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제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깨어나 공무원들이 올바르게 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일감도 주고 그들을 일깨울 수 있을 만큼 의식이 성장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4일, 이번 참사 현장에서 불과 4km 떨어진 계림동에서 주택 붕괴로 작업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있었다. 사고 이후 전체 재개발 지역에 대한 철저한 안전 관리감독이 이뤄졌다면 동일한 사고는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형 참사를 반복해야 하는지 그 원인을 바로 알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서로를 위하는 바른 삶을 살아야 할 때임을 강조해 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현장과 합동분향소를 찾아 "공공 형사 정책의 핵심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사건에 대해 엄정 처벌하는 것"이라며 "불법 하도급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잘못된 것은 처벌하고, 엄정 수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동안도 수없이 엄정 수사하고 처벌을 해왔지만 특별히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 국민 스스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아픔을 수없이 겪어야 하는지 원인을 찾고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깨어나 ‘나 한 사람 쯤이야.’가 아닌, ‘나 한 사람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이 나라의 질서는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롭게 바로 잡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