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중 시인은 출판사 '시와사람'을 통해 2 시집 <굼벵이 놓아주기>를 내놓았다. 정 시인은 2006년 '대한문학세계'로 등단하며 꾸준한 시 쓰기 활동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제1 시집 <이방인의 사계 그리고 사랑>을 2016년에 발표한 이후 5년 만에 집성한 그의 시세계는 숨결처럼 순하고 구성지게 정겨운 순도를 지닌 생명력 그 자체 같다.
꼬임이나 변형으로 삶의 속성을 표현하느니, 꼬임을 나선처럼 풀어내며 그대로의 반성과 깨달음을 탄력적으로 써냈다.
표제시 '굼벵이 놓아주기' 외 1편과 그의 멘토로서 영향력이 지대한 정윤천 시인의 서평 일부를 소개하며 시를 읽는 아름다운 손가락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굼벵이 놓아주기
정태중
그라지 마소
고실고실한 고구마 두렁에서
굼벵이 한 마리 꿈틀대는 것을
호미로 찍어불먼 어쩐당가
지놈도 살것다고 온몸 굴려 가며 발버둥 치는디
어쩌다가 사람 눈에 뜨여서
호미 끝에 걸린 신세인디
좌우 당간 불쌍허지 안헌가
고구마 영근 것 좀 보소
볼그스롬 밑도 참 야물게 들었슨께
물컹한 저 굼벵이는 지 살길 가라고 냅둬 불세
호미도 곳간에서 나올 전엔 지 모양새대로
허고픈 일이 있었을 판이고
기실 자루 잡은 놈이 장땡인 것은 알제만
굼벵이 구르는 재주나 한 번 보소
가실 볕이 풍성하니 굼벵이도 고와 보이지 안능가
가끔 저 지랄맞은 흉물이
불 작난만 안치믄 쓰것는디 말이여.
어느 봄에
정태중
나는 여태
오가피 한 잎 하나 피우지 못했네
친구 놈이 알려준 산삼 이파리
그 귀한 잎 찾고 있었네
모자람으로
봄 쑥 물끄러미 보던 날
여린 것들 찾아오는 모습 앞에
물끄러미 앉아서 생각해 보네.
시는 한사코 자기 정신의 계도에 따른 깨달음의 산물이어야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정태중 시인의 '자화상'은 언뜻 보기에 따라서는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낡아 보이지만,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사유의 고랑은 꽤나 깊어 보인다. "오가피 잎" 한 장 피우지 못한 주제에 "산삼 이파리"를 찾고 있는 자신의 "모자람"을 꿰뚫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시의 운명을 낮은 목소리로 채근하는 중이다 "여린 것"들의 순서로부터 눈길을 돌리는 바로 그 진실으로의 투신이었다. - 정윤천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