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벼리영 시인
작가의 말
저는 늘 비움과 감사를 강조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얼마만큼 내려놓고 또 얼마만큼 감사하며 살았나 반성을 해봅니다. 많이 모자랍니다.
언젠가, 제 사상과 철학의 밑바탕에 응집된 성찰의 반복으로 제대로 된 열매를 맺으리라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려 전신의 통증으로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할 때 2-3년 전에 써 놓았던 시조를 다듬으며 혹독한 형벌 같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 시련으로 제 삶이 더 평온해지고 감사가 넘쳐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Beyond the cross 개인전 타이틀이기도 했던 십자가 너머엔 분명 잔잔한 감사와 비움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새로운 삶을 약속합니다.
-2022.7.벼리영
종이상자
1
단단히 채워진 몸 주춧돌 되었다가
헐거워 뒤뚱이던 벼랑 끝 아찔하다
생물을 날로 삼킨 날
속 터질까 두렵다
당신의
중독증이 내면에서 반짝이면
더께 한 내 몸에는 딱지 훈장 빛난다
주소가 채근하는 어둠
달빛 밟고 달린다
멋지게 포장되고 명품으로 채웠어도
끈적한 투명 띠로 겹겹이 봉인된 생
한 커플 벗기고 나면
불태워 없어질 몸
2
길가에 버려졌다 한숨 소리 들려오고
리어카 실려 가며 노숙마저 포개진다
각지고 모났던 이승, 접히고 접히었다
격동의 시간 견딘 끝은 또 다른 시작
노숙자 이불 되고 길냥이 요도 된다
내 몸은 죽어서 둥글어진
두루마리 화장지
-제4회화시조집<종이상자>표제시
새벽
밤사이 말랐던 눈 동살에 깜박이네
어제의 오늘에는 첫눈이 내렸는데
멍하니 허공만 쥔 채 피우지 못했네
오늘은 마당을 더 쓸어야 할 것 같아
잠들지 못한 나무 우수수 벗어내고
마지막 한 잎 마저도 미명속에 떨구네
하루를 깨우는 손 에너지 가득한 빛
정성껏 마름질해 소중히 입혀야 해
바톤을 넘겨 주면서
흰빛으로 물드네
-제4회화시조집 발췌
들꽃 여인
오지에 집을 짓고 샘물을 퍼 올렸지
고지를 향한 집념 마침내 깃발 꽂고
세속을 등져 버렸네
바람따라 산다 하네
피안이 따로 없어 여기가 천국이지
코로나 얼씬 못해 들꽃의 함박웃음
뜨락을 그리는 여인
한 폭의 꽃 앉았네
-제5회화시조집 <들꽃여인>표제시
약력/
월간문학 신인상,<시학과 시>추천문학상(2019)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 사무총장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2022. 남강문학상 운문부문 대상
9회 역동시조문학상 대상
제3회 일두시조문학상 대상
12회 고운 최치원 문학상 본상(시조)
10회 연암문학 예술상
저서: 회화시조집 1,2집,3집,4집,5집,동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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