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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대첩은 기억하지만 쌍령전투는 기억하지 않는 국민성
 
뉴스투데이한국   기사입력  2014/08/03 [16:37]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태종(홍타이치)은 12만의 병력으로 조선을 침략해 왔고, 인조는  남한산성에 고립되었다. 이에 인조를 구하기 위해 관병과 의병 4만이 조직되어 북상하는 중  경기도 광주의 쌍령에 다다랐다.

 

이 사실을 확인한 청태종은 조선군의 군세를 살피기 위해 30여명의 기마병을 보냈는데, 이 들 척후병들을 보자마자 조선군들은 일제히 무장하고 있던 조총으로 사격을 가했다. 그런데  조선군이 청의 척후병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탄환들을 다 쏟아 부은 후, 탄환 재보급을 위 해서 우왕좌왕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를 살핀 청의 장수들이 400의 기병으로 조 선군의 주둔지를 급습해 왔다.

 

이에 놀란 조선군들은 조총을 버리고 도주하기 시작했는데,  서로 밟아 죽고 죽이는 참극이 빚어졌다고 한다. 군의 선두가 무너지자 대오가 전체가 붕괴 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100배의 수적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조선군은 그렇게 자중지란 속 에서 궤멸되었다. 이게 바로 우리 역사 선생님들도 민족적 자긍심의 훼손을 우려해서 거의  얘기해 주지 않는 쌍령전투라고 불리우는 치욕적인 전투의 개요이다.  

 

이후 남한산성은 40일 만에 함락되었고, 결국 인조는 172개의 각 계단을 오를 때마다 청태 종에게 세 번 절을 하고 머리를 9번 찧어 청에 대한 군신의 예를 갖췄다.(삼전도의 치욕)  물론 문제는 단순히 인조의 자존심이 구겨진 것만이 아니었다. 국토는 초토화되었음은 물론  50만의 부녀자가 청으로 끌려가 그들의 노리개가 되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40년 전에 비슷한 전투가 있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5만의 조선군은  1,600명의 일본군에게 대패했었다.(용인전투) 결국 우리는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이를 되풀이 했던 것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은 물론 열배 백배의 수적 우위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이 쌍령전투와  용인전투는 면밀하고 치밀하고, 냉정히 형세를 살피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져 ‘남 좋은 짓’ 을 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마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인물들(이순신장군)의 특별한 영광만 기억하고, 과오를 반성하여 내실을 기하지 않는 대단히 감상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민족이 겪어야 하는 아품인 듯  하다. 문제는 이것이 과거로 종결된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형국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다가 자만하다고 볼짱 다보는 행태를 이번 세월호 사태의 수습에서 본다.

 

세월호 사태를 접하고 울지 않은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은 여태껏의 부당한 관행과  부조리를 뜯어 고치고 앞으로 빚어질 같은 성격의 참화를 막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수구기득권세력의 유착을 뿌리를 뽑고 원흉을 처단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 같은 사건은 애초에 여론이 갈려 있고 압도적 우위의 여론이 저 들 수구정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도저도 할 수 없이 저들 수구들이 규정하는 바대로  사건의 본질이 해석되고 전파되었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태는 달랐다. 압도적 국민 여 론이 뒷받침 되고 있었기에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상당수의 의원들과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이 기회를 날려버린 듯하다. 어제부로 새누리당에서 ‘유가족 적극지원’ 입장을 피력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세월호 사법처리권은 커녕 ‘조사권’ 확보 자체가 불가능함을 단언한다. 국정조사 및 여야대 립의 큰 요지가 ‘진상조사’와 ‘유가족지원’의 두 개의 큰 틀에 있었고, 그간 이 양자를 다 반대해오던 새누리당이 유가족 지원의 카드를 듦으로 인해서 한발 물러나면서 민주당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여론도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새누리당이 한발 물러나는 듯한 전략을 구사했는데, 민주당 측에서 ‘두발물러나’라며  진상조사 카드를 줄기차게 내밀 수 있을까? 물론 줄기차게 내밀면서 대국민 쇼는 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진상조사는 커녕 ‘조사권’확보 자체도 물건너 갔음이 명확하다. 형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스스로의 능력도 살필 줄 모르면서 욕심만 부리던 민주당과 국민대책회의가 불러온 결과이다.

 

사실 ‘여론’이라는 것은 정치인들이 끌고 가는 의병들과 같은 것이다. 얼마나 그 의병들을  많이 모으고, 투쟁의 결의를 높여 적재적소에 쏟아 붓는 것이 전투에서의 승리의 관건이다. 세월호 사태에 관련해서 초반에는 여론이 들끓었다. 박근혜 새누리 지지층에서도 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를 높였다.

 

그래서 이 여세를 몰아서 민주당이 내놓은  것이 세월호 특별법이었다. 그 안에는 민주당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와 정권 전복의 시도가 함의되어 있었다. 유가족들을 의사상자 수준으로 대접하고 각종 특혜를 주는 것에서 부터, 그간 눈에 가시였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중핵을 공격할 수 있는 ‘특별수사권’이라는  무소불위의 사법권까지, ‘세월호 사태’를 통해 그간의 억눌린 설움에 한방 날려보려는 야당의 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론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도 이에 대해서 일방적인 지지를  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제정’ 운동을 확산시켰다. 문제는 이로부터 여론이 이탈되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태 초반에는 학생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던 인지상정의 마음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자리했었는데,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해서 상황이 ‘세력 싸움’같이 변하고, 이를 보수언론에서 교묘히 물타기를 하자 여론이 바뀌어 갔다.

 

가뜩이나 정권의 안위가 걱정되던 수구들은 보수단체와의 연합작전을 통해서 ‘특별수사권= 사법체계붕괴=망국’등의 논리를 만들어 상황을 공안분위기로 몰고 갔고, 이에 ‘불안과 증오 의 에너지로 작동하는’ 보수 성향의 국민들은 서서히 반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의사상자 수준의 지원’ 조항에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지지하는 많은 이들도 이 의사상자 수준 지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터였다. 다만 그들은  ‘좋은 일 하고자 하는 것을 나서서 막으면 군자취급 못 받는 한국적 정서’에서 의사상자 지정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의사자 지정 조항이 ‘진상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스위치로 쓰일 수 있음을 간 파한 것은 저들 수구정당과 수구단체였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의사자지정 조항’의 문제를  비판하면서 단식 유가족 옆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세월호 특별법을 결사 찬성하는 이들 의 눈에 보기에 그들이 한심하게 보이는 것일 뿐이지, 수구언론에 잘 재단되어 합리적 주장의 모습으로 여론을 잠식해 나갔다.

 

면밀히 말하자면 ‘의사자 지정 반대’ 주장 자체를 ‘비합리적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그들 보수단체의 속내가 진상조사를 딴지거는데에 있고 단식하는 유가족 옆에서 그 난리를  피웠기에 본능적인 분노가 뿜어졌을 뿐이다.

 

하여간 일간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보수단체의 주장들은 각종 보수 언론을 통해서 전파되면서 여론을 이반시켰고, 그렇지 않은 진보 언론의 ‘비판기사’를 통해서도 세월호 특별 법에 대한 여론을 이반시켰을 듯하다. 즉, 진보적 신문을 접하는 이들의 상당수도 보수단체 가 단식 유가족 옆에서 난리를 피운 것은 지탄해야할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의사자 지정’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내 주변에도 많다.) 보수의 반대편에 있는 진보-민주 진영의 이들의 생각도 이럴 터인데, 중간적 입장에  있던 이들의 여론 이반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사실을 저들 수구 보수는 면밀히 살폈고, 결국 이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조항으로 세월 호 특별법은 전복되는 과정에 이른다. 세월호 특별법 결사 지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세월호 특별법의 목적은 우선 진상조사’인 것이지,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국민들의 눈으로 세월호 특별법은 ‘보상받기 위한 법’인 것이다. 

 

각종 투쟁의 현장에서 자식들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아무런 사심없이 싸우고 있을 때,  ‘당신들 보상 받기 위해서 그러는 거지?’라는 말이 한번 돌면 여론이 확 바뀌어버리는 현상을 우리는 늘 경험해 왔던 터다. 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는 관심 없고 밥벌어먹고 사는 데만 정신 팔린 대다수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돈’의 문제에 히스테리적으로 반응할 수 밖 에 없어 빚어내는 결과이다. 이것을 잘 알기에 정부와 건설업체들은 그러한 이야기들을 부 러 언론에 흘리곤 한다.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은 애초에 그러한 조항을 (저들이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터이고, 결국 저들이 이를 모른체 할리 없고, 결국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날 때, 민주당과 국민회의 측에서는 어떤 모종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나부터만 해도 이미 3주전부터 민주당 의원들 수십명에게, 이러한  체감 여론을 몇 번씩 편지와 문자를 보내면서 의사자지정 삭제 입장을 전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저들은 아직도 무슨 일이 빚어지고 있는지 전혀 정세판단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건 의사자 지정이 아니고, 세월호 의인지정이며...’라며 육갑하는 설명만 하고 자빠졌다. 

 

그런 설명이 통할라치면 천안함사태와 18대 대선직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은 초반에 말끔히 정리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그들은 현실을 모른다. 발로 뛰며 밑바닥 여론은 살필 생각 은 않고 그 높은 콧대로 늘 공중전만 해대는 습성의 결과일 듯하다. 

 

진정 그들이 세월호 사태를 합리적으로 처리하고자 했다면, 그들이 가진 힘이 ‘처벌권’은 커 녕 간신히 ‘조사권’ 확보에나 미칠 수 있는 수준이며, 이에 올인해서 여론을 모아서 저들 수 구의 벽을 뛰어 넘는데에 몰았어야 했음을 판단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압도적 여론의  우위에 자기만족에 빠져 있다가 자중지란하며 흩어지는 형국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  되돌릴 수 없는 전환점을 바로 새누리당이 어제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라는... 다소 민주당 의 요구에 손을 내미는 듯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만들어 냈다. 이제 앞으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은 ‘유가족 지원법’이 만들어져서 유가족들이 주변사람 들로부터 ‘자식들 팔아서 그것 받아 처먹으려고 단식했냐?’는 등의 비하를 겪게 해줄 기회가 영원히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해 ‘의사자 지원, 특례입학 등의 모든 지원을 거부한다. 대신 조사권이라도 확보해 진상이라도 규명해 달라.’고 명시하여 유 가족들의 순수성을 확인시켜 배반된 여론을 돌리는 것 말고는 반전의 기회가 없다고 본다. 물론 이미 민주당에서 그런 의사자수준 지원 법안을 내건 때부터 유가족들 내부의 의견이 갈라져서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거의 힘들겠지만 말이다.)

 

내 자신이 이 나라 국민이기에 이런 말하는 것이 참 답답하지만, 여야를 떠나 우리의 몸속 에는 경험-역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뭔가를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 과오에 대한 치밀하고 냉정한 분석으로부터 자기가 가진 능력과 형세, 상대방의 힘에 대한 면밀한 숙고, 여론을 받아서 일을 성취하는 능력 등등에 대한 숙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막연한 과거의 성취에만 도취된 체 감상과 이상에 휘둘려서 되지도 않는 가능성과 목표만을 남발하고 있 다.

 

이순신의 명량대첩의 기억만을 끊임없이 되풀이 할 뿐, 쌍령전투와 용인전투에 대해서는 들어본 기억도 안 나는 것은 아마 그러한 우리의 기질이 반영된 한 단편인 것이다. 저들 ‘위에서 지휘하는 답답한 장수들’에 의해서 세월호 특별법 진상조사는 물 건너 갔음을  개인적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절망하지 않고 내 개인이라도 시간 날 때 마다 나서서 ‘밑바닥’에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함을... 결국 이 땅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이 정치인들과 몇몇 메이저 시민단체들에게 맡길 문제가 아닌 각각의 민초들이 꾸역꾸역 처리해야 할 문제임을 절감한다.

 

[한겨레 설문조사]

 

* 참고로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서 세월호 수사권줘야한다.는 여론이 53%, 세월호 사태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여론이 64%로 나왔다고 한다. 나는 이 여론 조사의 결과를 민주 당과 국민회의 측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지지한다.로 오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 듯이 이미 저들 수구의 작업으로 세월호 특별법은 보상받기 위한 법으로 똥칠 되어 있어서  지지도는 그보다 훨씬 낮을 것임을 단언한다. 하여 이미 글렀다고 생각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조사법이라는 등식을 여론에 각인시켜주기 위한 기숙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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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8/03 [16:37]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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