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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소식] 현대미술 마문호 작가 개인전, <연약한 연약한 마C>
 
이미루 기자   기사입력  2021/10/09 [01:19]

- 파주 아트스페이스휴, 10.1 ~ 11.4 까지

- 투명비닐 오브제로 코로나시대의 나약함 표현

- 투명의 마법, 장소와 각도에 따른 작품의 변주

- 현대미술작가로서의 기나긴 고투 돋보여

 

▲     © 이미루 기자

 

▲     © 이미루 기자

 

비닐과 실, 바느질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한국 현대 미술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마문호(MA C)작가의 15번째 개인전이 파주아트스페이스휴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작품전은 <연약한 연약한 마C>라는 주제로 101점의 신작과 함께 10년에 걸처 완성한 7미터짜리 대형 포장비닐걸게 바느질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는 기존의 대표적 오브제인 유색 폐비닐과 붉은 색실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여러 컨셉을 동시에 작업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투명 비닐에 흰색실로 바느질한 심플한 작품을 선보였다.

 

마 작가는 그간의 경향과 확연히 달라진 이번 전시 컨셉에 대해 “세상은 투명하지 않다. 투명한 세상을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 투명비닐을 사용했다”며 “쉽게 찢어지는 투명한 비닐의 연약한 속성과 흰색 실을 사용해 코로나펜데믹으로 무너져가는 일상 속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즉 일상의 위태 위태한 상황을 은유하였다.”고 밝혔다.

 

▲   작품집을 보고 있는 관람객  © 이미루 기자

 

▲     © 이미루 기자

 

투명과 흰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언듯보기에 너무 깨끗하고 맑아서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이지만 투명함은 뒷배경과 이동 각도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작품을 변환시킨다. 또한 몇 개의 작품을 겹쳐 놓으면 드라마틱한 이미지로 바꾸면서 작품 속 이야기가 풍성하게 자라난다.

 

작가는 여러 대상을 혼재시키며 복잡한 현대인의 삶을 그려 넣었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최소의 대상만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듯 살아가는 코로나시대의 고립된 세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101점의 작품들은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가까이에 맞대어 각각 맑고 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어쩌면 차분하게 정돈된 투명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작가의 염원을 담은 듯.

 

▲    투명한 저 너머에 비치는 또 다른  자아 © 이미루 기자

 

▲    각도와 위치에 따라 입체감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 이미루 기자

 

현대적 소재와 발상으로 체화된 우리나라 현대미술계의 대표 주자, 마 작가는 마C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그는 평소 ‘화가는 무당하고 비슷하다. 무당이 귀신을 불러들이듯 화가는 그렇게 세상을 그림으로 불러들인다.’는 지론을 밝혔다. 그의 작업실은 온통 폐비닐과 버린 옷가지, 실꾸러미 등으로 가득 차 있어 마치 색색의 주술용품과 울긋불긋한 무복이 걸린 당골 집을 방불케 한다. 무당이 주술로서 사람들에게 정신적 생명을 환기시켜준다면 마C는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을 통해 버려진 쓰레기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컨템포러리 아티스트(contemporary artist, 동시대적 예술가)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컨템포러리아티스트는 현대인의 무기력과 소외, 자연 파괴 등의 환경문제, 천민자본주와 같은 동시대의 부정적 현실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예술 활동을 한다. 이 점에서 마C의 작품은 다분히 콘템포러리 아트를 지향하고 있다.

 

▲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마문호 작가, 마C  © 이미루 기자

 

그러나 그는 “동시대적 예술은 현재 즉각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예술을 총칭한다. 현대미술은 그 속의 한 범주이다. 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형식이 내용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업적 재료를 썼느냐가 중요하다. 물감은 클래식한 재료라고 생각한다. 나는 20세기에 등장한 비닐이라는 소재를 쓴다. 비닐 자체가 현대 미술이다. 또한 나의 작업은 철저한 창조적 작업이라기보다는 리메이킹 혼성모방이며 업사이클링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대 미술가이다.”라고 피력하며 현대미술가로 불리기를 강조했다.

 

▲     © 이미루 기자

 

그가 비닐 바느질을 주 작업으로 선택하고 20년 동안 같은 소재를 사용하게 된 것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남다른 시각에 있다. 그에게 실(thread)은 가장 원시적인 재료 중 하나이고 비닐은 가장 산업적인 재료 중 하나이다. 상반된 개념의 두 재료를 매칭 하여 디자인적이고 공예적이며 중성적인 요소를 넣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그는 처음이나 근원 같은 자연과 물질의 뿌리를 찾아가며 인류와 지구의 본래적 복원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  10년에 걸쳐 완성한 7미터의 포장 비닐 걸게  앞의 마C © 이미루 기자

 

마 C의 작품들은 요즘 트렌드인 도시재생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하여 “현재 많은 물량을 투자하며 우후죽순으로 이루어지는 도시재생사업에서 그 취지에 맞는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은 늘 뒷전에 놓인다. 재생에 맞지 않는 작품들이 선호된다는 사실에 아이러니를 느낀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서구 여러 나라와는 달리 미술은 곧 페인팅이라는 관념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대중들은 독특한 소재의 현대미술작품에 여전히 마음을 열지 못한다. 문화의 편식은 잘 변하지 않을 것 같고 현대미술의 대중화도 아직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다. 현대 미술가들의 삶도 당장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위해 과감히 돈을 사용할 줄 아는 MZ세대들이 구매력의 중심이 되면서 문화소비의 제도권 내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계의 판도에도 차츰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 된다. 

 

▲     전작, 걸게 작품  © 이미루 기자

 

마문호 작가는 강진 출생으로 추계예술 대학을 졸업했다. 15회의 개인전과 수십 번의 단체전을 가졌으며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 싱가포르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의 초대 작가로 활동했다. 또한 환기 국제미술 3개국(한국, 중국, 독일) 하계 레지던스에 참가했으며 신세계갤러리 미술상 수상작가이다,

 

전시회는 11월 4일까지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 ~ 오후 6시까지다.

 

 

연약한 연약한 ㅡ세상은 끊임없이 소비되고 하루하루가 빠르게 복제되는일상 전파가지구를몇초에 돌파해버리고 머고 마시고 잠자고 일한다 음식은쓰레기통으로 쳐박히고 빵을훔친 누구가는 감옥으로직행하고 티브에는 먹방먹방 아이돌은섹섹섹 온갖몸짖으로 흔들고 갑자기하늘에서 날아온 바이러스는 온세상을 감옥으로 만들고 온갖 비닐비닐은 고래뱃속으로 돌고돌아 드디어 이 지구는 폭팔하리라 이 알수없고 갈수없는 욕망의 숲에서우리는 살아가리라 연약하게 위태위태한 낮선 천국에서  ㅡ 마c-

 

▲  전작인  '열매시리즈 ' 중 © 이미루 기자
▲  전작 중 하나   © 이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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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09 [01:19]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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