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런가 보다
작열하는 태양에 몸서리치다
한 톨의 밤을 익히고
대추를 붉게 물들이며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할 때
비로소 여름날의 태양을
잠시 떠올려 감사하나 보다
누군가 모진 말을 건넬 때
아파하면서도 그 이유를 알고서야
비로소 눈물로 정화되는 순간,
그러한 상대가 있어
내 영혼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모질게 뜨거웠던 여름을
가녀린 코스모스 길에서 배웅하고,
서럽게 아픔을 나눴던 그 인연을
따뜻한 웃음으로 배웅하고 돌아설 제
비로소 그 모든 것들이
내가 만들어 놓은 환경이었음을...
그리하여 나는 또다시
유유히 먼 길을 항해하듯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