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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유감 詩畫有感] 윤선길 시인의 ‘빠른 배송을 위하여’와 케테 콜비츠의 ‘직조공들의 행진’
 
이미루 기자   기사입력  2021/07/23 [00:37]

<케테 콜비츠의 ‘직조공들의 행진’>

 

▲   직조공들의 봉기 연작4 <직조공들의 행진/ 동판/1897>     © 이미루 기자

 

“나의 작품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구제받을 길 없는 자들, 상담도 변호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인간들을 위해, 한 가닥의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 - 케테 콜비츠

 

그림만 본다면 남성 작가일 거라고 생각되는 케터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는 사회적 저항에 앞장섰던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적 실천가로 여성 판화가 겸 조각가이다. 그녀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반하여 사회주의를 옹호하였으며 노동자들과 농민의 처참한 삶과 비극을 알리는 프로레탈리아 예술을 추구하였다. 그녀의 그림들은 마치 오월 판화전 등의 민중미술을 보는 것 같다. 흑백의 색채로 이루어진 역동적이고 거친 터치, 무거운 주제 의식, 등장인물들은 야위고 우울하고 절규하고 항거한다. 그림을 보는 내내 아프고 불편하며 때론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   케테 콜비츠 ,  출처- 다음 이미지  © 이미루 기자

 

1867년 동프로이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가 이러한 배경을 가지게 된 것은 의사 칼과 결혼 후 노동자 주거지역에서 자선병원을 운영하면서부터이다. 그녀는 한때 혁명으로 변혁을 기대했으나 환멸을 느끼고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품 활동에 전념했으며 모성애나 가정 학대, 여성 노동권 등의 문제를 형상화하기도 했다.

세계 1차대전에서 아들을, 2차대전에서는 손자를 잃은 불행을 겪은 후에는 주로 죽음과 반전反戰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다. 체험에서 비롯된 작품들은 대중에게 깊게 다가왔다. 인생 후반기에 들어 나치의 탄압을 받다가 종전을 앞둔 1945년 4월 사망하였다.

1898년 <직조공의 봉기>연작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후 평생 275점의 판화를 제작한 그녀의 미술은 1930년대 중국 루쉰의 판화 운동과,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 다음백과, 다음 블로그 일부 참조-

 

윤선길 시인의 시 “빠른 배송을 위하여”를 읽다보면 케테의 그림처럼 아프고 불편하다. ‘1차산업혁명 시대의 첨단산업에 서 있던 방직공들’과 ‘현대 4차 산업혁명·코로나시대’의 택배종사자들이 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21세기의 노동자들의 삶과 케테 시대 노동자들의 삶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주당 120시간의 노동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즈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케테의 그림들에서는 시가 읽혀진다.

  

 

<윤선길 시인의 시, 빠른 배송을 위하여>

 

빠른 배송을 위하여

윤선길

 

 

택배를 기다린다

택배가 오는 건

기사가 고된땀을 흘리기 때문이었다는걸

나도 안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주문들이 추가되고도

잠도 빼고

보험도 빼고

식단도 빼고

자유시간도 빼고

온갖 장치비용도 빼고

엘리베이터도 빼고

이런데 기사가 오는게 신기했다

 

언제부터

기사가 오지 않았다

 

혹시, 돈을 뺀것 때문은 아니겠지요?

얼마 뒤 어느 택배기사가 목을 맸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온갖 바늘구멍같은 조건들이

그의 혈관을 죄어들어가

그의 목에 교수형을 집행한것은 아니었을까

 

▲ 윤선길 시인,  본인제공     © 이미루 기자

 

자서自敍, 윤선길

 

언젠가부터 나의 모든 것이 너무나 당연해지기 시작했다, 공기에서부터 나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내놓는 사람, 친절한 미소, 이것이 모두 값어치를 내고 지불받아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착취하는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은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은 아닌데, 나는 사랑받기 위해 준비되었다는 말이 너무나도 거짓말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의무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짜증내고 싶어도 권리가 없는 것이다. 무표정할 권리도 나에겐 없었다. 이 무거운 의무가 삶을 가짐으로서 나에겐 부여된 것이다.

 

윤선길 시인

1983년 서울출생

2011년 창작21 등단

다수의 문예지 등에 기고

 

 

 <콜비츠의 '직조공의 봉기' 연작 시리즈>

  - 6막극 같은 6편의 판화 연작

 

▲    1. 빈곤  1893-94 © 이미루 기자

 

▲   2. 죽음   1897© 이미루 기자

 

▲  3. 회의 1898  © 이미루 기자

 

▲   5. 소요  1897© 이미루 기자

 

▲  6. 결말 , 1897  © 이미루 기자



▲  <죽은 아들을 껴안고 있는 어머니>(1941)   © 이미루 기자

 

▲  콜비츠의 피에타(1937-1938) , 조각  © 이미루 기자

 

▲ 좌) 사진,  우) 자화상   © 이미루 기자

 

▲석판화 308×383㎝ private collection, (죽음에의 초대, Call of Death)    © 이미루 기자


“미술이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는 것은 삶에 대한 위선이다,” 케테 콜비츠

 

 

 

* 시화유감詩畫有感은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감성마당’으로 한 편의 시와 한 점의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을 통해 잠시동안 잃어버렸던 감성을 깨우며 몸과 마음에 쉼과 안정감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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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3 [00:37]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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