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정태중 시인 제2 시집 '굼벵이 놓아주기' 출간
[전남방송.com=오현주 기자]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1/02/27 [13:43]
▲     © 전남방송
▲     © 전남방송


정태중 시인은 출판사 '시와사람'을 통해 2 시집 <굼벵이 놓아주기>를 내놓았다. 정 시인은 2006년 '대한문학세계'로 등단하며 꾸준한 시 쓰기 활동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제1 시집 <이방인의 사계 그리고 사랑>을 2016년에 발표한 이후 5년 만에 집성한 그의 시세계는 숨결처럼 순하고 구성지게 정겨운 순도를 지닌 생명력 그 자체 같다.

 

꼬임이나 변형으로 삶의 속성을 표현하느니, 꼬임을 나선처럼 풀어내며 그대로의 반성과 깨달음을 탄력적으로 써냈다.

 

표제시 '굼벵이 놓아주기' 외 1편과 그의 멘토로서 영향력이 지대한 정윤천 시인의 서평 일부를 소개하며 시를 읽는 아름다운 손가락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굼벵이 놓아주기 

 

       정태중

 

그라지 마소

고실고실한 고구마 두렁에서

굼벵이 한 마리 꿈틀대는 것을

호미로 찍어불먼 어쩐당가

지놈도 살것다고 온몸 굴려 가며 발버둥 치는디

어쩌다가 사람 눈에 뜨여서

호미 끝에 걸린 신세인디

좌우 당간 불쌍허지 안헌가

 

고구마 영근 것 좀 보소

볼그스롬 밑도 참 야물게 들었슨께

물컹한 저 굼벵이는 지 살길 가라고 냅둬 불세

 

호미도 곳간에서 나올 전엔 지 모양새대로

허고픈 일이 있었을 판이고

기실 자루 잡은 놈이 장땡인 것은 알제만

굼벵이 구르는 재주나 한 번 보소

가실 볕이 풍성하니 굼벵이도 고와 보이지 안능가

 

가끔 저 지랄맞은 흉물이

불 작난만 안치믄 쓰것는디 말이여.

 

 

어느 봄에

 

     정태중

 

 

나는 여태

오가피 한 잎 하나 피우지 못했네

 

친구 놈이 알려준 산삼 이파리

그 귀한 잎 찾고 있었네

 

모자람으로

봄 쑥 물끄러미 보던 날

 

여린 것들 찾아오는 모습 앞에

물끄러미 앉아서 생각해 보네.

 

 

시는 한사코 자기 정신의 계도에 따른 깨달음의 산물이어야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정태중 시인의 '자화상'은 언뜻 보기에 따라서는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낡아 보이지만,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사유의 고랑은 꽤나 깊어 보인다. "오가피 잎" 한 장 피우지 못한 주제에 "산삼 이파리"를 찾고 있는 자신의 "모자람"을 꿰뚫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시의 운명을 낮은 목소리로 채근하는 중이다 "여린 것"들의 순서로부터 눈길을 돌리는 바로 그 진실으로의 투신이었다. - 정윤천 시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1/02/27 [13:43]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강진 백련사, 동백꽃 후두둑~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