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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士들의 시선 >비대면 수업의 어려움
 
이정선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   기사입력  2021/01/24 [23:56]
▲  이정선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   © 전남방송

 

4차산업 혁명이 교육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했다면, 코로나 19는 교육방법상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수업 관련 최우선 관심사는 수업의 과정이나 질보다는 기술적인 측면, 즉 첨단 장비를 활용하면 대면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비대면 수업이 가능할 것인가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방식의 가능성 여부 못지않게 수업의 과정이 얼마나 교육적이고 질적으로 우수한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 만큼 현재 비대면 수업이 직면한 과제가 많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첫째, 수업은 민감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단위시간 수업은 다양한 변인과 조건에 의하여 분위기와 결과가 달라진다. 그 만큼 수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예를들면, 교사 개인의 상태, 즉 전날의 과로나 불면,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조차도 수업에 영향을 미친다. 어디 그뿐이랴 교실의 불빛, 온도, 날씨, 환경정리, 심지어 시간표상 교과목 순서도 단위수업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동일한 학생을 대상으로 동일한 학습지도안을 가지고 수업을 해도 그 날의 조건에 따라 수업분위기와 수업효과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것이다. 여기에 교과내용, 학생, 그리고 학교 구성원이나 학부모 변인까지 고려하면 수업은 더욱 복잡해진다. 그런데 비대면 수업은 이러한 민감성을 고려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수업은 교사-학생, 학생-학생간, 언어적, 비언어적인 상호작용이 부단히 이루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수업은 교사가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시간이다. 학생들 또한 수업을 통하여 지적 호기심을 자극 받기도 하고 탐구심과 성취감 그리고 자신감을 얻는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사전에 잘 짜여 진 각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일어난다. 어떤 예시를 할용 할 것인가? 내용의 설명 수준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발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변환과 강조점 설명은 언제 할 것인가? 학생들의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은 학생들의 반응(언어적, 비언어적, 제스처, 자세, 얼굴표정, 시선 등 동작)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 그런데 비대면 수업은 동작, 공간활용, 시간사용, 그리고 주변언어(paralanguage: 목소리, 웃음, 음세, 발음습성, 침묵, 망설임, 음성의 악센트, 억양, 높이, 길이, 속도) 등을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현장성을 고려할 수 없다는데 한계가 있다.

 

셋째, 대면활동을 통해 습득 가능한 활동을 비대면으로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온라인 수업의 가능성과 동시에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즉 등교를 하지 못함으로서 오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방식과 대면수업 방식간 혼합수업방식(blended learning), 비대면을 대면화 하는 방법(untact learning), 그리고 스마트 교실 구축과 학습관리시스템(LMS) 구축 등 언제 어디서나 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방법, 지식교육 이외의 예체능 실기교과의 운영, 전문계고의 실습방안, 사회성이나 공동체성과 같은 대면 접촉을 통해서 함께 해야 배양 가능한 역량들을  담아 내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의도하지 않아도 학교생활을 통해  은연 중에 배우게 되는 잠재적 교육과정과 면대면의 만남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비인지적 영역의 생활지도나 상담 그리고 인성교육방법 등은 기술적인 지원으로도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더불어 대면수업보다 더 많이, 더 오래 걸리는 수업자료 제작은  교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며,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교육과정의 편성과 재구성 또한 비대면 수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업의 민감성, 현장성, 그리고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코로나를 조기에 종식시켜서 대면수업으로 전환하지 않은 한 수업의 민감성과 현장성의 장애는 완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기술적 한계는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다. 지금 시도하고 있는 언제 어디서나 교육이 가능한 스마트한 온·오프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 모든 학생이 소외되지 않은 언택트 교육에 필요한 기기 및 시설과 시스템이 어느 정도 구비되고, 거기에 교육청과 단위학교가 조금 더 활용 노력을 한다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은 지역사회의 마을교육공동체 등을 활용하여 학습도우미를 활용하면 대면 수업의 단점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과정 재구성, 공동 학습자료 제작 등은 경력교사의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동학년(교과)간의 집단토론이나 협업으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학교 수업이 다시금 학생들에게 유익성, 재미, 의미와 감동을 담아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수업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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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4 [23:56]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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