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
홍하영
벽을 벽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넘을 수 없다
벽을 디딤돌이라 생각할 때 그때 담쟁이는 그 벽을
타고 넘는다
벽을 벽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나갈 수 없다
벽을 방이라고 생각할 때 그때 벽은 가만히
문 하나 내어준다
벽은 원래부터 납작하지 않았다
막힌 사람이라고 못질해 대니까 가슴이 납작해진
것이다
벽은 막힌 것이 아니다
벽은 견디는 것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회색 벽(壁) 푸르른 벽(碧)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