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로써 마음을 닦고자 한 선비들이 배롱나무를 곁에 두고 사랑한 이유가 있었다는데 봄이 되면 허물 같은 투박한 껍질을 스스로 벗겨내고 원숭이가 미끄러질 만큼 깨끗한 수피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선홍색 선명한 꽃을 피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특성을 지닌 배롱나무는 주로 유서 깊은 사찰의 선방이나 법당을 배경으로 한 그루씩 고고하게 서 있어 더욱 아름답다. 천년고찰인 화순 만연사 배롱나무도 오래된 고목으로 1년 365일 함께하는 붉은 연등이 가장 아름다운 날이 있는데 바로 자연이 만들어 낸 순백색 설경 때이다.
광주 전남지역에 어제 오늘 폭설이 내린 가운데에서도 사진작가들은 만연사 설경을 카메라에 담고자 여럿이 같이 할 수 없는 시국(時局)임을 상기하며 촬영에 임했다.
하얀 눈과 붉은 연등이 색채의 대비를 이루어 마치 배롱나무에 연꽃이 핀 것처럼 아름답지만, 배롱나무꽃을 피우는 계절에 연등이 꽃을 가릴 때가 있어 아쉽다는 분들도 간혹 있다.
화순 만연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송광사 말사이다.
*사진제공: 곡성 황인권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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