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문인선 시인<칼럼>" 하늘은 알고 있다"
오현주 기자 / 전남방송 com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11/20 [17:30]
▲     © 전남방송


 

<하늘이 알고 있다>

 

가을은 시의 계절이다. 저 하늘이 시 한수 읊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푸르고 맑다. 흰 구름은 어쩌자고 또 저리 피어나는가. 누굴 울리려고 하는가. 어느 문학행사장에서 한용운님의 시를 낭송했다가 한용운님의 시에 등장하는 임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학생들보다 일반인들에게서 더 많이 받는 질문이었다.

 

필자는 한용운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의 시를 사랑하고 그의 정신을 사랑한다. 필자가 타 대학에 초청 특강을 갔을 때 내가 동시대에 살았더라면 난 한용운님을 열렬히 사랑했을 것이다.” 라고 했더니 한 남자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했다. “만약 한용운님이 교수님을 사랑하지 안했다면요!” “난 짝사랑은 죽어도 싫지만 한용운님만은 짝사랑이라도 했을 것이다.” 해서 교실이 폭소로 가득 찼던 적이 있었다.

 

 

또 독립선언서를 누가 작성했는가를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고 필자는 슬펐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매 3월이 되면 꼭 민족 저항 시에 대해 강의 하곤 했는데 한용운님의 시를 빼놓은 적이 없다.

 

최남선의 독립선언서 초안에 수정을 하면서 좀 더 강력한 메시지전달을 위해 공약 3장을 덧붙인 분이 바로 한용운님이시다. 그의 독립 운동 일화는 차고 넘친다. 선생님이 3.1 운동 만세로 일제에게 붙들려 교도소에 들어 가 있을 때 두려워 우는 동료들에게 똥바가지를 퍼 씌우면서 그렇게 두렵거든 다 나가라고 했던 일화나, 2년의 옥고를 치르고 나올 때 마중 나온 인사들을 보고 마중은 할 줄 알고 마중 나오게 할 줄은 모르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또 독립선언서를 쓰고 같이 독립운동을 했던 최남선이 뒤에 변절을 했을 때의 일이다. 홍명희가 달려와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저 개자식이 변절을 했습니다. 이래가지고 어찌 우리가 청소년들을 계도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말할 때 한용운님은 껄껄 웃으시며 자네 그자를 과대평가 했구먼, 여기 개가 있어 능히 그 개가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슬퍼하겠는가! 개는 키워준 주인에게 충성할 줄 아는데...” 라고 하며 최남선 장례를 치르는 의식을 행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니까 변절자는 개만도 못한 존재로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아들이 찾아 왔을 때 난 자식을 둔 적이 없다고 고개를 돌렸던 일은 우리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이렇게 임의 독립운동에 대한 일화들만 봐도 일편단심, 대쪽 같은 곧은 성품이 단 한 번도 주저함 없이 매섭고도 강렬해서 우리를 숙연케 한다.

 

그러한 임은 이제 설악산으로 들어가 백담사에서 시를 썼지만 그 시들이 어찌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써졌겠는가. 선생님의 시 첫 장에 군말을 덧붙인 것은 그야말로 붙이지 않아도 될 말을 덧붙인 것은, 행여 후세 사람들이 아니, 당대 사람들이 임의 시를 곡해 할까봐 임은 시를 통해서도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것이 행여 곡해 될까봐 군말이란 이름으로 덧붙여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는 일제 천황의 신민이 아니라고 저항하여 스스로 민적까지 두지 않았던 분 아닌가. 그의 삶과 정신은 온통 민족과 독립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용운님이 우려했던 대로 지금도 더러 그의 시를 두고 그의 시 속의 을 사소한 남녀 간의 으로 오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본다. 다만, 그가 조국과 민족을 이라 표현 하면서 여성성의 시를 썼기에 일제 강점기 검열에도 걸리지 않고 시집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단순히 시적 비유만이 아닌 이 또한 하나의 방법론이었으리라. 그랬으니 그의 을 추호라도 그 누구 한 사람마저도 곡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시 해석도 개인의 자유라지만... 이는 그의 삶과 정신을 부정하는 일이다. 저 청명한 하늘이 알고 있으니!  ㅡ 문인선

 

* 문인선 약력

 

시인/시낭송가/문학평론가/경성대창작아카데미 교수

교육청연수원 강사. ) 평화방송시 낭송담당

한국문인협회 중앙위원. 부산문협 연수이사. 한다사문학전회장.

연제문인협회 창립회장. 한중윤동주문학상 심사위원장

전국낭송대회 심사위원장. 2009전국예술제 시부문 대상.

실상문학작가작품상. 백호낭송 대상 외 다수.

시집으로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11/20 [17:30]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