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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숙 시인 '지칭개꽃'
시와달빛문학작가회 김태숙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5/28 [10:51]
▲     © 전남방송


 

 

지칭개꽃

 

        김태숙

 

시간을 넘나드는 당신은

늦은 봄 보랏빛 추억

 

찬바람 사라진 가시밭 두렁

엉덩이 질퍽하게 떡잎 깔고 앉은,

쓰디쓴 속울음 우려낸 지칭개 된장국으로 한끼의

밥상을 차렸던 어머니

 

먼저 보낸 자식에게

허연 밥 퍼 부뚜막에 올리고 푸르뎅뎅하게 멍든 봄날

보내셨지

 

하루해는 언제나

아버지의 어깨에서 기울었고

그래도 부족한 날이면

아버지는 지게에 달을 지고

어머니는 함지박에 별을 이고

덩그렁 덩그렁

황소 워낭소리로 오셨지

 

파릇한 청춘 벅벅 문질러 살았던 삶

자식을 봄만큼이나 꽃 자랑하셨던 마음자리

시간도 나이 들어 치매를 앓는지

아스라이 사라지는 기억 붙잡아

종이꽃 당신 모습 가져오지

 

곰살맞은 자식 위해

흔들리는 세상 바르게 서라 하셨던,

그리워서 뜨거웠던 말

어제의 길 위

보랏빛 풍경으로 피고 진 자리

그 곁을 지키고 있었지.

 

<김태숙 시인 프로필>

충북괴산 출생

시와달빛문학작가협회 정회원

시와달빛동인회 정회원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문학세계문인협회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계룡지부 정회원

대전문인총연합회 정회원

한국 문학시대

공저: ' 푸르름 한 올 그리다'

        ' 눈문만큼 작은 하늘'

▲     © 전남방송

<평설> 이광희 / 시인, 시와달빛문학작가회 회장

 

김태숙 시인은 창을 열면 자연을 만난다. 자연의 풍경은 곧 한 줄의 시옷을 갈아입고 정서적 외출을 시작한다. 시인은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자연의 겸손한 수행자처럼 시선은 늘 따뜻하고 순수해 보인다.

 

젊은 시절에는 정보 관련 군무원을 지냈고, 이후 오랜 기간을 해외에서 생활하였다. 귀국 후 지금까지 대전 외곽에 시모(媤母)를 모시면서 농사일과 시작 활동을 병행하며 자기 내면의 초상(肖像)을 다듬어가고 있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줄곧 시인의 작품에서는 자연 속에 농축시킨 흔적들이 시제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지칭개꽃> 또한 그러한 시인의 정서를 잇는 하나의 표현 방식일 것이다. 한 농부의 시각으로 보면 지칭개는 눈엣가시와 같은 갈등과 대립을 일삼는 잡초에 불과하지만, 시인의 시선에 포착된 내면의 그림은 인생의 애환이라 할지 혹은 삶의 현실감이라 할지 모호하나 시적 메시지만큼 시문 속에 정직하게 배어 있다.

 

시의 미학적 긴장감을 유지하고 질박(質撲)한 시선에 가닿으려면 먼저 상관물인 '지칭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 역시 밭에 나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지칭개꽃이지만, 김태숙 시인의 시를 접한 이후로는 좀 더 세밀한 사전적 정의와 관찰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다.

 

지칭개는 지칭개나물, 지치광이, 나호채 등으로 불리우며, 4~7월 사이 거칠고 척박한 땅이나 밭 같은 평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워낙 생존력과 번식력이 뛰어나고 쑥처럼 지혈에 효능이 있어 '짓찧어 바르는 풀'이라는 뜻에서 '짓찧개'라 불리우다가 나중에 '지칭개'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작 시인이 천덕꾸러기 같은 이 지칭개꽃을 즉물적 대상으로 삼아 천착(穿鑿)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칭개는 언 땅이 녹으면서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식물 중의 하나이다.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한 그릇의 된장국'으로 온 가족이 곤궁한 삶을 잊겠끔 했던 한 끼의 따뜻한 밥상......, 그 설렘의 미학적 결합으로 맞게 되는 봄날, 지칭개꽃과의 화연(花然)의 교감으로 한 끼 독특한 전통의 맛을 우려내는 듯 하지만, 그 내면은 여실히 씁쓸한 생의 진득하고 매운 맛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시인의 안목으로 끌어들인 지칭개 꽃의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인지 조용히 시문 속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1)연 기부(起部)에서 화자는 시공을 초월하는 불변의 감성인 보랏빛 그리움으로 설정해놓고, 사실적 정황에 기인한 문학적 호기심을 끌어들인다.

 

2)연에서는 그토록 '쓰디쓴 속울음 우려낸 지칭개/ 된장국으로 한 끼의 밥상을 차렸던 어머니'를 떠올리고 있다. 이것은 해마다 어머니 가슴에 쟁여놓은 쓰디쓴 아픔을 초자연의 힘에 의해 생성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표출하는 듯하다.

 

어느새 훌쩍 어머니의 나이가 된 화자와 어머니의 '쓰디쓴 속울음 우려낸 지칭개'의 한(恨)서린 삶을 병치시킴으로써, 화자의 보랏빛 추억의 그림자를 재생해내고 , 나아가 자기 정체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음을 짐작케 한다.

 

3)연에서는 '먼저 보낸 자식에게/ 허언 밥 퍼 부뚜막에 올리고/ 푸르뎅뎅하게 멍든 봄날 보내셨지 '하면서 고조된 감정을 추스려 절제되고 정제된 시적 편린을 느끼게 하고 있다.

 

아마도 시적 상관물인 지칭개를 채용해 황폐한 풍경 속에 어머니가 겪은 질곡(桎梏)의 상황과 그 풍경을 마음 속에 담아왔던 화자 간의 어둔 기억들이 연기와 함께 연소되면서 결국 꽃말인 '고독한 사랑'으로 발화 (發火, 發話) 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로서 가슴에 묻은 돌덩이 같이 기저(基底)를 이루는 상실감과 황망함........부정할 수 없는 비통한 사실과 그것을 비워내기 위해 <비약과 암시의 기법>을 동원하였다. 그러한 '선택의 축'에 의해 시인은 마음 바닥까지 짙은 호소력을 발현해내고자 한다.

 

4)연에서도 보다 현실적인 면을 구체화 하였다.

'하루 해는 언제나/ 아버지의 어깨에서 기울었고/그래도 부족한 날이면/ 아버지는 지게에 달을 지고/ 어머니는 함지박에 별을 이고' 오로지 살아내기 위한 선친의 치열한 삶의 무게를 견뎌낸 내공이야말로 화자 스스로에게도 스키마(Schema;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들을 토대로 새로운 경험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를 느끼게 한다.

 

5)연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파릇한 청춘 벅벅 문질러 살았던 삶/ 자식을 봄만큼이나 꽃 자랑하셨던 마음자리'에 젊은 시절 어머니가 겪었을 '쓰디쓴 속울음을 우려낸' 그 지칭개는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려는 걸까? 그것이 아니라면 그토록 그리운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한 맺힌 기다림과 주관적 객체인 화자의 쓰라린 속내를 품고 저토록 곱게 피었단 말인가.

 

전반적으로 화자가 선정한 지칭개의 상징적 의미는 우려낸 찬(饌)으로서의 가치와 척박한 땅(조건)에서의 끈질긴 생명력이 갖는 존재론적 가치를 '결합의 축'으로 하여 마침내는 3)연의 "선택적 축'에서부터 5)연의 '결합의 축"으로 등가의 원리를 투사하는 것이다.

 

종연에서 '곰살맞은 자식 위해/ 흔들리는 세상 바르게 서라 하셨던,/ 그리워서 뜨거웠던 말/ 어제의 길 위/ 보랏빛 풍경으로 피고 진 자리/ 그 곁을 지키고 있었지.' 하면서 앞의 시문에서도 설핏 내비추고 있듯이 지칭개꽃이 필 때마다 마음벽을 긁는 어머니의 심리적 갈등과 사무침을 최대한 억제할 뿐만 아니라 영혼의 파상(波狀)은 화자의 내밀한 현실로까지 안착시켜 나간다.

 

이러한 사실적 정황 속에 가슴 찡하게 금이라도 낼듯이 어머니의 생애가 채용되어 그 내면의 속성으로부터 가슴 저며 오는 서정의 미감을 절감하게 하였다. 이것은 시적 형상화로 빚어놓은 진정한 화자 자신의 참모습임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김태숙 시인의 시에서는 장중한 울림을 선동하지 않고도 시적, 예술적 품격을 향유할 줄 아는 시인 특유의 자연친화적 응축미는 한층 매혹적이다.

 

시인이라면 시의 숲에 빛을 모으고, 울창한 시어들이 바람 소리를 내며, 구름의 냄새를 맡게 하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게 하는 정서의 전달자가 되고 싶어한다. 더 나아가 깊은 숲 속의 미로 어딘가 숨어 있을 상서로운 풀줄기 하나, 잘생긴 꽃잎 한 송이, 모난 돌 한 조각, 서로가 서로를 껴안는 뿌리와 날씬한 나무 한 그루, 그 옆을 지나는 협곡의 물 한 방울까지 형형한 눈빛으로 옮겨 오고 싶어진다. 이에 비해 독자는 시를 읽는 순간 그 풍경이 귀에 들리고, 그 그림이 눈에 보이고, 또 상상으로 만질 수 있고, 마침내 속뜻이 가슴에 새겨지는 시로, 사물에의 관조가 현실적 깨달음으로 감복(感服)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인지적 요구와 충족은 향후 발신자와 수신자 간의 이상적인 예술작품으로서의 시격(詩格)을 한층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 투사된 시적 배경은 격랑의 세월이 깔려 있는 좁디좁은 생의 가시밭 두렁에 포기한 듯 떡잎을 깔고 앉아 옹골차게 지키며 살아온 교시(敎示)의 상징이 아니겠는가.

 

그토록 푸른 생명의 언어가 '지칭개꽃'이라는 시적 대상물로 선택되고, 유의미한 공통점을 시인이 사실적 관찰의 결과로 얻어낸 소재임이 분명하다.

 

특히 이 시에서의 지칭개는 쓰디쓴 질곡의 맛과 어우러져 삶의 지혜를 심도있게 전해 주고 있다. 시적 작위에 있어 분명 정서적 파란을 회상할 수 있음에도 화자의 정신세계는 언제나 처연한 서정미(抒情味)를 깔아놓으며 <치유와 회복>이라는 '결합의 축'에서부터 '선택의 축'으로 등가의 원리를 투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화된 시어의 미적 질감은 독자로 하여금 자연 친화적 깊은 사유의 함정 속으로 몰입시킴과 동시에 절창의 울림으로 정서적 여운과 교감의 메시지로 절정에 빠뜨리고 만다 .-牛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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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28 [10:51]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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