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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린 시인의 등대문학상 수상작 '구엄 도대불'
'구엄 도대불'외 2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4/02 [14:57]
▲     © 전남방송


 

원룸의 버킷리스트

 

           이타린

 


변두리 장례원이 한 평 남짓,
이동식 목조 원룸을 분양 중이다
사각의 틀 안에서 이별이 금지된
댓글을 쓰다가 방전된 듯
머리를 빗던 거울 속의 어제를
그려본 적이 있다
물질하고 돌아온 해녀처럼
눈금에 목매고 숫자에 목이 멘 지난 날
수직만을 강요하던 도시의 삶이
마름질 없이도 완벽한 수의 한 벌을 건네온다
해안 단애 곁으로 절박하게
아무리 다녀가도 아닌 척 내려앉는 햇살처럼
투망질이 잦은 수평적 특혜
오랫동안 구겨졌던 관절을 힘껏 펴보는
목관 속으로 마디가 없는 빛들이
총, 총, 빨려 들어간다
질량을 가진 것들의 최후는
모자이크 같은 기억과
요령잡이처럼 선창하던 불빛에서
점점 멀어지는 일
흙과 가장 가까운 눈높이에서
정지선처럼 그어진 슬픈 약력 한 줄,
저 선만 넘으면 배후는 곧, 선명해지리라
이승의 마지막에서 위안으로 다가오는
가장 편한 잠자리의 원룸을 나는
처음인 듯 모른다고 말하고 싶다
손, 발이 차가운 사람처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구엄*도대불

 

       이타린

 


포구의 밤 길이 나로 하여
열리던 때가 있었지
오래 서 있어 등줄기가 당기는 동안은
새의 날개가 돋는 듯도 했었어
밤사이 시나브로 물너울에 기대어
애월 앞바다를 지키는 동안
물밑에선 거대한 오페라의 그림자처럼
바리톤과 베이스 음이 들려오곤 했었지
빛 한줄기 입술을 내어 파도를 따르면
긴 밤 내내 기울던 빛이 느리게 식어가고
최초의 빛은 여전히 나의 뿌리에서
촘촘히 울고 있었으므로 비로소
물의 길을 찾아낼 수 있었어
새별오름의 공양을 바라보는 날은
복사뼈까지 차오르는 물의 부레 안쪽을
잘 절여진 거품으로 덧대며
구엄리 포구의 소금빌레가 조명등 안으로
갇히는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었지
간절한 이의 기도 같은 수평선이
고이 접힌 태양을 한 뼘씩 밀어 올리면
바다와 하늘이 둘이 아니란 걸 이젠 알아
멀리 데칼코마니처럼 어선 한 척이
갯바위의 후렴처럼 일렁이는 새벽
가슴의 행간마다 아스라이
길을 내는 물길을 따라 무장 해제된 나는
이제부터 마법에 잠기는 시간이야

 

ㅡ 구엄 도대불 [제2회 등대문학상 수상작]

 

* 도대불:전기로 켜는 등대가 들어오기 전에
포구를 밝혀 주었던 등대의 원형

 

 <이타린 시인 프로필>


제2회 동서문학상 시부문

제9회 동서문학상 수필부문
제2회 등대문학상 시부문
제4회 전국문화원연합회 시공모전
제16회 한양대학교에리카 시공모전
제10회 자연사랑생명사랑 시공모전
제16회 의정부문학상 시부문
제1회 AIA생명여유문학상 수필부문
제1회 길 위의 꿈 여행에세이 공모전
제 5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시부문
동서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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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02 [14:57]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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