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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달빛 이광희 회장 평설> 곽구비 시인 제4시집' 자연의 들러리로 살고 싶다'
곽구비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3/26 [13:20]
▲     © 전남방송
▲     © 전남방송

 

 

자연의 들러리로 살고 싶다

 

         곽구비

 

중년까지 끌고온 삶에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르자 옅은 바람이 일어나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알맞은 봄이다

 

사람 일은 신경쓰지 말자고 생각한 나이

자연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부터

사는 일에선 여유로워진다

 

어둠이 찔레꽃 가시를 넘었거나

탱자 가시에 찔리지 않고 월담한

달님이라든지 엉뚱한 글쓰기를 위해서다

 

한 주먹씩 노을을 삼키다 토해 낸 구름의

장난으로 조금씩 해가 길어진다

 

재밌는 말을 꾸며내 짐짓 딴청하고 나면

사람들이 웃어주는 모임 중에도 나는

벚꽃이 한꺼번에 떨어지지 말기를 염려한다

 

 

<곽구비 시인 프로필>

영암출생, 춘천 거주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시와달빛문학작가회 정회원

스토리문학 회원

시와글벗문학회 회원

제9회 강원경제신문 온누리공모상 대상 수상

시집으로 '푸른 들판은 아버지다'

'사막을 연주하다'와 '가시 박힌 날'과 

'자연의 들러리로 살고 싶다'

동인집으로 '꿈을 낭송하다' 외 다수

▲     © 전남방송

 

<평설> 이광희 /시와달빛문학작가회 회장

월간 모던포엠 시부문 신인상 등단

문학세계 문화예술대상

제16회 세계문학상

2018-2019 한국을 빛낸 100인 선정

시집으로 '이광희의 아름다운 유혹'

공저 '심상의 지느러미' 외 다수

 

곽구비 시인의 제4시집 '자연의 들러리로 살고 싶다'는 시인이 자연에 동화하려는 외경(外經)과 치열한 문학적 삶의 내경(內經)이 통경(通經)한 자기 응시적 발현이라고 여겨진다.

 

곽구비 시인의 소통하는 회화적인 언어나 유리알처럼 영혼의 명징한 진술법은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시적 현실에 더 가깝게 동승하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치장하지 않은 어조라든가 체험적 진술, 언어의 투명성, 삶을 둘러싼 인간적 관계 등은 곧 명유적(明喩的)인 시선으로 확장한다.

 

생각한 것, 형상화하려는 모든 것까지 오롯이 시문 속에 양각(陽刻)과 음각(陰刻)의 양상으로 표면화하려는 시도야말로 시인 특유의 일상적 언술의 집약이고, 언어의 미학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어디까지나 시인의 의사(意思)이자 표현이다. 필자는 시인의 제4시집 '자연의 들러리로 살고 싶다'를 요 며칠 사이에 두 번을 읽었다. 투박한 구어체와 같은 친숙한 서술적 묘미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시속에 머물렀던 것이다.

 

곽구비 시인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만남, 대화, 여행,잡다한 끼(?), 시인 세계, 정서적 풍경 등의 그 창창한 경험적 산실을 사실대로 언급한 데 있다. 그러므로 시인의 창조적 허구와 진실의 내면을 들춰 볼 수 있고, 그 의식의 터널 속에는 숨겨진 외로움도 자욱하리라 본다.

 

어차피 인생은 누구에게나 여행이고 여행은 곧 만남이다. 만남은 언제나 외로움을 만들고 외로움은 그리움을 만드는 윤회적 특성이 있다. 시인이 접근하려는 곳곳에서 생이 겪는 숱한 학습이나 동기적 피조물이 존재한다. 그것을 언어라는 형식에 무형의 상상력을 동원해 유형화하려는 건 오직 작가만의 권한이고, 정신세계에 숨겨진 은유적 발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곽구비 시인을 기어이 옹립(擁立)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툭-툭-내뱉듯 상황에 반응하는 감각적 언어가 창조적이고, 직설적 어투 속에서도 뚜렷한 철학적 메시지가 존재한다. 시행의 곳곳에 가감 없이 옮겨놓은 숨소리며 움직임, 절제된 말들. 각성, 감각적 어휘, 슬픈 산조(散調) 등이 양파껍질을 까듯 탐색의 맛을 제대로 우려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 시인에게서 투사(投射) projection된 인식의 틀에는 가끔 공주의 외출 같은 셀렘이 있고, 과잉한 패션 미(美)에다 감각적 모델의 미(끼))를 발산하려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그러한 화려한 색조 미인의 옷섶마다에는 숨겨진 눈물이 있는 법.

 

그래서 우리 시인들은 시를 쓴다. 표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시를 쓰게 하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이 위로받기 위해 시를 쓰고 마침내는 타인을 위로하는 행위자가 된다.

 

곽구비 시인은 이렇게 개아적 자아에 대한 탐색과 자기 응시의 발효적 요소를 미학적 언어로 실용화하였다.생의 질곡을 스스로 자연에 흡수 동화됨으로써 희로애락의 진미를 찾아내고 이를 구어체로 서정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런가 하면 위트하고 뭉클한 서정적 미학의 퍼즐을 말하고 유추한 그대로를 시작(詩作)에 옮겨놓는다.

 

그렇게 시인은 욕망과 좌절로 내면의 심지에 불을 붙여놓고도 단연코 내지르지 않는 언어의 근명성은 그녀만의 치열한 삶을 바탕으로 한 견고한 시의식과 노련한 필치(筆致)에서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이렇게 곽구비 시인은 낯섬과 심미적 통섭의 필치로 은근히 독자를 유혹하며 흡인력을 발휘하고 독특한 시맛을 우려낸다. 상상의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아득한 해저 심연에 사유의 물고기가 알을 낳고, 혹은 시향이 감도는 숲에 새가 날기를 꿈꾸는 알을 둥지 속에 낳는, 그러한 심상의 달콤함을 맛보게끔 한다. 이것은 분명 곽구비 시인이 대자연 안에서 던져주는 값진 체험과 성찰의 미감이다.

 

이렇게 시인은 숭고한 자신의 삶을 베어내는 헌혈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돈 안되는 일에 생명을 걸고 그토록 고귀한 생명을 출산하는 연어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 시인!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다움 안에는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오직 순수한 결기 하나로 내적 이미지를 미적 언어로 세공하는 시인 곽구비가 있었기에 또 하루를 감탄하며 살 이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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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6 [13:20]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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