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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이지용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3/18 [10:36]
▲     © 전남방송


 

불빛

 

      이지용

 

강 건너 불빛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저 강렬한 빛

화닥 데이더라도

진물이 흐를지라도 가보고 싶은 미지

 

꿈꾼다 하여

꿈꾼들

그 불빛의 황홀을 외면하고

돌려야 하는 등

쓸쓸한 타협

 

이 곳 불빛의 아름다움을 알아버린 참담함

 

견딜 수 없는 건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는 건가

아, 어눌해진 심장

와락 달려가 닿고 싶은 세계의 소멸

 

건너가 만지고 싶은 탐스러운 불빛이

붕대 속 상처처럼 안전해지는

아이러니

 

그럼에도 잠꼬대처럼

의지를 이겨 먹는 끌림

끌림

 

저곳 불빛

 

 

<평설> 선중관 / 시인. 수필문학가. 시와글벗 회장

 

강과 불빛.

물과 불은 서로 상반되고 어울리지 않지만, 물이 흐르는 강과 불의 빛이 흐르는 시공간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애인처럼 문학작품과 노랫말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강물에 투영되는 불빛의 아련하고 황홀한 모습이 아름답지만, 현실적 장벽인 강이 있기 때문에 그 곳에 도달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 강 건너 불빛. 이지용 시인은 본 시 제1연에서" 강 건너 불빛은/어찌 그리 아름다운가/저 강렬한 빛/ 화닥 데이더라도/진물이 흐를지라도 가보고 싶은 미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물론 강은 건너려면 헤엄쳐 건너거나, 배를 타고 건너거나, 다리를 건너갈 수는 있다. 그러나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강의 도강의 문제가 아니라, 건널 수 없는 마음의 강, 뛰어넘지 못하는 현실적 장벽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데이거나 진물이 흐를지라도 가보고 싶은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

 

꿈꾼다 하여

꿈꾼들

그 불빛의 황홀을 외면하고

돌려야 하는 등

쓸쓸한 타협

-<제2연>

 

결국 이지용 시인의<불빛>에 등장하는 불빛은 시인이 도달하고 싶은 미지의 세계이며 , 앞에 가로놓인 강은 시인의 길을 가로막는 현실의 장벽이다. 현실을 이탈하여 저 강이란 선을 넘고 싶은 욕망, 저 강 건너엔 황홀한 불빛이 유혹하건만 갈 수 없는 현실. 바로 시인이 이 시를 통해 부르짖고자 하는 고뇌이며, 자중하며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저 강을 건너 불빛을 향하고 싶은 마음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그 불빛의 황홀을 외면하고/ 돌려야 하는 등/ 쓸쓸한 타협"이 있을 뿐이다.

 

더 넓은 세계, 더 큰 꿈을 향해 가고 싶지만, 가정과 가족, 지금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없는 현실은 더 이상의 욕망을 누르게 하고, 강 건너 불빛은 그냥 그렇게 황홀한 미지의 세계로만 기억되게 하는 현실, 그 아쉬움이 본 작품 전체에 흐르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절절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있다.

 

견딜 수 없는 건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는 건가

아, 어눌해진 심장

와락 달려가 닿고 싶은 세계의 소멸

-<제4연>

 

저 강 건너 이상의 세계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크면,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는 건가"라고 했고, 와락 달려가 닿고 싶지만, 그 꿈마저 소멸시켜야 하는 현실적 자아를 발견하곤 하는 것이다.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이자 비평가이며 극작가인 엘리엇(T.S.Eliot 1888-1965)은 "위대한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쓰면서 동시에 자기 시대를 그린다."라고 하였다.

 

시인의 마음속에서 솟구치다 사그라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 억누르는 의지를 이겨 먹는 끌림, 그리고 붕대 속 상처처럼 안전해지기를 반복하는 걷잡을 수 없는 심리상태는 이 시의 화자인 시인의 현실적 모습이다.

 

그러나 고뇌 속에서도 결국 강 건너 세계로의 일탈보다는 현실의 안전을 도모하는 이성적 모습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자아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宣.

 

<이지용 시인>

경기도 양평 태생이며 현재 충주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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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18 [10:36]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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