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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글벗 동인지 제9집 작품 둘러보기-part 1
강시연 시인
 
전남방송   기사입력  2020/03/16 [11:29]
▲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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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시연

 

나무가 패이면 매끈한 결은 끊어지고

아문 자리엔 둥근 옹이로

다시 이어지지

 

유유히 흘러가는 삶의 강에

떠내려가고 있었지

 

잠시, 눈 감았다 뜬 사이

악어의 잇자국이 찍혀지고

어느새 둥근 여울목엔 물살의 흐름이 바뀌었지

 

강가에 앉은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고

강물이 잔잔한 물결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듯

 

살빛 고운 다리에 남긴 상흔

장미 무늬 프렌치 시티치로

다시 결을 이어지면

 

흐르는 여울목에서 쉼표를 찍고

나는 다시 합류되어 흘러가지

 

<평설> 선중관/ 시인. 수필문학가.시와글벗 회장

 

강시연 시인은 국내 주요 문예지의 지면을 통해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SNS의 운영자로서 타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등, 문학활동의 폭을 넓혀 문학사역가로서의 주도적 역활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아주 고무적이고 창의적이며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강 시인의 시풍은 산문 형태의 시 창작 기법을 선호하기보다는 행과 연의 비율, 그리고 절제된 언어로 시의 함축미가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참신하면서 사유 깊은 서정시를 주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9집에도 여덟 편의 작품을 올렸는데, 모든 작품이 다 참신하고 사유 깊은 작품이지만, 그 중 특히 <결>이라는 작품에 눈길이 간다. 이 작품 속에 강시연 시인의 인간적 결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의 사전적 의미는 '나무, 돌, 살갗, 비단 따위의 조직이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라고 되어 있다.

 

결이 곱다는 것은 그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가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여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만약 그 결이 외부의 충격이나 어떤 이유에서 끊어지면 그 부분은 치명적인 흠이 생길 수밖에 없고 상처로 남는다.

 

그렇다면 강시연 시인은 이 <결>이라는 시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제1연에 보면"나무가 패이면 매끈한 결은 끊어지고/ 아문 자리엔 둥근 옹이로/다시 이어지지"라고 했고,제2연으로 넘아가면서 다소 언발란스(Unbalance)한 느낌을 주는 듯, "유유히 흘러가는 삶의 강에/떠내려가고 있었지"라고 한다. 제1연은 결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나무로 비유해 말하는 것으로, 앞으로 펼쳐질 시의 전개가 화자인 시인 자신이 살면서 맞닥트린 삶의 결과 상처 그리고 그 치유에 맞춰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제2연은 결이 흐르듯 인생도 삶의 강에 유유히 흐르고 있었음을 강조하는 도입부가 되는 것.

 

잠시, 눈 감았다 뜬 사이

악어의 잇자국이 찍혀지고

어느새 둥근 여울목엔 물살의 흐름이 바뀌었지

   -<제3연>

 

사람이 살면서 비단결처럼 아름답게, 물결처럼 유유히 아무 탈 없이 흘러가는 삶이라면 오죽 좋을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고, 상처가 남는다. 잠시 잠깐 사이 악어의 잇자국 같은 상처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인생사이다. 시인의 삶의 결에 상처를 가한 이유가 무엇인지, 시인 역시 세찬 삶의 길목에 몰아친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고, 이것은 한 세상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는지.

 

살빛 고운 다리에 남긴 상흔

장미 무늬 프렌치 스티치로

다시 결이 이어지면

 

흐르는 여울목에서 쉼표를 찍고

나는 다시 합류되어 흘러가지

  -<제5-6연>

 

그러나 삶이란 꼭 절망만 있는 게 아니다. 곱게 흐르던 결이 어떤 이유에선지 끊어지고, 시간이 흘러 그 끊어진 자리가 아물면 그 상처는 옹이로 변하여 다시 이어지는 자연 치유와 회복 능력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옹이란 흉측한 상처가 아니라 더 단단히 어어주는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살빛 고운 다리에 남긴 상흔/ 장미 무늬 프렌치 스티치로/ 다시 결이 이어지면// 흐르는 여울목에서 쉼표를 찍고 / 나는 다시 합류되어 흘러가지" 라고 했다.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Pietter-Auguste Renoir 1841-1919)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라고 하였다. 우리에게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 살면서 유유히 흐르던 삶의 결이 손상을 받을 일이 왜 없을까만은, 그 고통의 때를 이기고 견뎌 잘 지나가면 아름다운 추억과 삶의 값진 교훈이 남기 마련이다.

 

강시연 시인의 작품 <결>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생사에 닥친 여러 상흔과 생채기 그리고 끈질기게 이어지고 회복되는 '삶의 결'을 모티브(motive)로 하는 사유 깊은 작품으로 문학성이 빼어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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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16 [11:29]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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