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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今週의 시> 공영란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2/16 [21:56]

 

                                 겨울 이야기

 

                                                     공영란

 

산촌 내 할머니 방은 언제나 맛있게 따뜻했다

무서리 내리고 산비둘기 바람에 날아가도

외롭지 않은 이야기가 방안을 차지하면

이슬보다 더 영롱한 초롱 같은 눈망울 굴리며

알을 품어 꼼짝 않고 앉은 암탉의 온기

그 따스함보다 더 맛있는 이야기가 익어갔다

 

한참 맛있게 익어 꼴깍 숨넘어갈 때쯤이면

눈알 튀어나올라 알밤은 요래 칼집 내야지

금방 붉은 숯덩이 안 되려면 뒤집기 잘하고

가쁜 숨 내쉬느라 화로는 벌겋게 달아오른다

다정한 오누이 올라갔다는 하늘 한번 보려도

문밖에 호랑이 버티고 있을까 봐 미루고 미루면

손가락 물어버린 문풍지 겨울밤을 망보고

하하 호호 알밤고구마 게눈감추듯 사라지면

백설의 밤 꿈속은 또 다른 이야기 익어간다  

 

 

< 평설 >

선중관/ 시인. 수필문학가. 시와글벗 회장

 

<겨울 이야기>, 말 그대로 한 편의 단상 노트를 읽는 듯, 구순 옛이야기를 듣는 듯, 재미롭고 흥미로운 시 작품이다.

 

본 작품은 능수능란(能手能爛)한 미사여구(美辭麗句)나 현란한 말솜씨보다는 어릴 적 겪고 느낀 체험담을 실제 그대로 진술한 이야기 형식의 내용이라서 오히려 읽는 이로 하여금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짓게 한다. 필자도 이 시를 몇 번씩 읽으면서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며 시속에 빠져들었다.

 

시란 반드시 정형적(定刑的)이지 않아도, 운율(韻律)을 갖추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이 산문시 한 편이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현대시의 특징 중 한 갈래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영국의 현대 시인이며 비평가요 작가인 루이스(C.D.Lewis 1904-1972)는 시의 이미지에 대하여 이렇게 언급하였다. “시의 이미지는 언어에 의해 조직화한 그림이며, 대상에 대한 감각적, 지각적 체험을 신선하고 강렬하게 환기시키면서 비유와 상징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시는 감각적, 지각적 체험을 신선하게 그리면 좋은 시가 된다는 의미이다. 물론 어느 시인이든지 시를 짓기 위해서 먼저 짓고자 하는 시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스케치할 것이다. 좋은 시는 좋은 밑그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아무런 밑그림 없이 현란한 단어의 배열, 자극적인 문구, 주제와는 상관없는 내용을 짜깁기하듯 가지 뻗기식으로 나열한다면 좋은 이미지의 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영란의<겨울 이야기>는 어린 시절 어느 겨울, 따뜻한 온돌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군밤도 구워 먹고 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도 들으면서 때론 무서워 가슴 졸이고, 때론 동네가 떠내려가도록 깔깔 웃으며 보냈던 추억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누구든지 시를 읽기만 하면 방안의 풍경이 확연히 보일 수 있는 그림이다.

 

다정한 오누이 올라갔다는 하늘 한번 보려도 문밖에 호랑이 버티고 있을까 봐 미루고 미루면 손가락 물어버린 문풍지 겨울밤을 망보고 하하 호호 알밤고구마 게눈감추듯 사라지면 백설의 밤 꿈속은 또 다른 이야기 익어간다-<2>일부

 

그 산촌 내 할머니 방은 언제나 맛있게 따뜻했고, 따스함보다 더 맛있는 이야기가 익어갔으며, 벌겋게 달아오른 화로에는 토실토실 알밤도 익어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보기 위해 하늘을 보고 싶었지만, 또 다른 이야기 속의 호랑이가 튀어나오기라도 할까 봐 미루고 미루다 문풍지에 구멍을 내 바깥을 망보다 문풍지에 손가락이 물렸다는 표현은 참으로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고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시의 이미지는 세 가지 측면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시인이 작품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적 이미지. 둘째, 작품 속에 실제적으로 표현된 실제적 이미지. 그리고 셋째, 독자가 해석한 이미지이다. 이 세 가지 이미지 중 독자가 해석한 이미지가, 시인이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적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면 그 작품은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영란 시인의<겨울 이야기>는 읽으면서 바로, 시인이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가 독자에게 그대로 보여 지는 작품이라서 정겹다. 눈만 뜨면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놀이기구가 되어버린 요즘 아이들은 도저히 연출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구들방의 옛정서와 할머니에게 전해 듣던 구전동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 공영란 시인    © 전남방송

 

<공영란 시인 프로필>

경북 칠곡 출생

경기 화성 향남 거주

()창작문학인협회 대한문인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도전한국인상 수상

대한민국문화예술지도자 대상 수상

()종합문예유성 총무국장

시와글벗 동인

경기문학인협회 정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정회원

공저. 문학(통권) 3,4

공저. 대한문학세계 통권 58

공저. 수레바퀴 9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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