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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독(獨), 그 섬의 사랑법
<今週 의 시> 이선정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1/23 [09:15]

     

                홀로 독(), 그 섬의 사랑법

 

                                                       이선정

 

섬은 지독한 산통을 겪고 있다

 

바닷길이 열릴 때마다

우수수 쏟아져 들어오는 정인,

그들은 하나같이 섬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금기된 몸을 열어

한바탕 사랑을 치르고 나면

오직 한 가지 소리로 구애를 하던 그들,

씨앗 하나씩 남긴 채 홀연히 섬을 떠난다

 

입덧은 짐작보다 빠르다

어둠이 오고 산파를 자처한 별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밤은 고요속의 소란

 

새벽까지 쏴르르 올리는 파도의 마두금 연주

섬은 밤새 뒤척이며 씨앗을 보듬는다

신열이 오르내리고 땀범벅인 소금산

초췌한 등줄기로 동백꽃 산줄

나붓이 걸린 아침

 

끝내 씨앗을 뚫고

태극기를 머리에 두른

괭이갈매기 한 마리 씀풍 날아오른다

 

푸득푸득 작은 날갯짓이 끊이지 않을 때

떠난 사랑은 행여 섬을 기억이나 할까?

 

오늘도 그 섬,

질풍을 맞으며 지독한 산통으로

오직 한 사랑을 위해

머리를 뉘고 씨앗을 키워낼테다

 

태생마저 외로운 홀로 독,

미련한 그 섬의 사랑법이다

 

2019‘ 9회 독도 문예대전 우수상 수상작

 

< 평설 >

선중관 / 시인. 수필가문학가. 시와글벗 회장

 

20053월 일본 시마네(島根) 현이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조례를 제장한 데 대등하여 독도 영유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국민의 방문 기회를 확대키 위해 같은 달 24일 독도 입도를 자유화 했다.

 

그 후 수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방문하였으며 문학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런 배경에서 독도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일본과의 영유권 문제이고, 문학인들의 주요 의제 역시 영유권에 관하여 그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선정의 <홀로 독(), 그 섬의 사랑법>지금까지 많은 시인들이 화두에 올렸던 영유권 문제에서 살짝 벗어나 독도의 시각에서 방문객을 바라보는 시적詩的 구성을 하였다는데 뜻밖의 신선함이 있다 하겠다.

 

영국의 극작가이며 연출가인 헤어(David Hare 1947-)시는 자연의 형상문자를 푸는 열쇠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늘 사람의 입장에서 섬을 생각했고, 국가의 입장에서 섬의 영유권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섬의 입장에서는 가당치도 않다. 섬은 그자리에 수천 년 버텨왔으며, 온갖 물새와 바다생물과 풍랑을 피해 찾아드는 사람들을 너나 가릴 것 없이 품어 안아 주는 생명의 보고요, 은신처였다.

 

물론 지리적으로나 행정구역으로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데는 두 말할 여지가 없지만 말이다.

 

섬은 지독한 산통을 겪고 있다/ 바닷길이 열릴 때마다/우수수 쏟아져 들어오는 정인,/그들은 하나같이 섬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시인은 섬의 소유권의 문제보다, 우수수 들어와 소유권을 주장하는 구호 몇 마디 외치고, 기념사진 몇 장 찍고 홀연히 사라지는 탐방객들의 하나같은 모습에서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다.

 

섬은 금기된 몸을 열어뭍에서 오는 사람들을 다 받아주었건만, 그들이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인가? 온갖 소음과, 구호, 발길에 파인 멍울, 그리고 쓰레기 등등.

 

그렇게 각자의 씨앗을 남기고 떠난 사랑은 행여 섬을 기억이나 할까?‘ 바로 위의 물음이 이선정 시인의 사념이고 고뇌이다.

 

그래서 시인은 소유권이니, 일본의 만행이니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에 몸살을 앓고 있는 섬, 그 섬의 입장에서, 그 섬의 마음이 되어, ‘미련한 그 섬의 사랑법을 안쓰럽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     © 전남방송

 

이선정 시인 프로필:

강원도 동해출생

2016 격월간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2017, 2019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공모전 당선

2018 오사카갤러리 한국대표 초대작가

2018 6회 황금찬문학제 시화부문 대상

2018 한양예술대전 시화분과 심사위원

2019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문학부문 우수상

저서/ 나비(2018 하움출판사)

공저/씨앗,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벗은 말이 풍경을 열다 외 다수

) 한국문인협회 회원

황금찬시맥회 문학광장 정회원

동해문인협회 회원

시와글벗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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