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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밤 <今週의 시> 염종호 시인
염종호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1/20 [09:10]

 

 

                 축제의 밤

 

                                             염종호

      

남철릭 홍철릭 소매가 펴지더니

만성수 부챗살 또 펴진다

당파에 애돼지 한 마리 퍼렇게 누운 밤

 

혼절한 천궁이라도 태우겠단 것인지

소지 한 장 치솟아 오르고

방울 소리 어느새 징에 박혀

구천 두어 바퀴 돌아 나온 둥근 소리에

고수의 말린 몸

긴 팔이 자란다

 

사정없이 후려대는 천지간의 북소리

 

오기는 했는지

몸부림치는 신대에 몸 걸고

벌거숭이 옷 한 벌 잿불 기울여 벌겋게

물들어가더니

 

이윽고 터지는가

,

,

,

 

자정 잡고 겨우 선 신당

쏟아지는 숨소리

저승문 닫아거는 산자의 축원소리

     

어쩌자는 것인지

양철 덧댄 지붕 위로 뛰어내리는

저 굵은 빗물

   

염종호 시인 프로필:

▲     염종호 시인 © 전남방송

 

충북 보은 출생

2018 서울일보) 윤동주탄생 100주년기념 문학상

시와글벗 동인

 

 

<평설>

선중관 / 시인. 수필문학가. 시와글벗 회장

 

시를 짓는 일은 시인의 관찰력과, 그 관찰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점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 된다.

 

예를 들어 꽃을 꽃이라고만 한다면야 그것은 보통 사람들이 다 느끼는 평이함에 불과하다. 그러나 꽃을 고운 치맛자락 같다고 한다거나, ‘나비의 날개비유한다면 그는 꽃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필자는 염종호 시인의 <축제의 밤>을 읽으면서 시인의 대단한 관찰력에 우선 놀랐다. 시 곳곳에 등장하는 시어가 보통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굿판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이기 때문이다.

 

남철릭 홍철릭’,‘만성수 부챗살’, '당파에 애돼지 한 마리‘, ’혼절한 천궁등등. 무당이 되어봤거나 무당을 가까이서 상당 기간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모를 말을 실감나게 풀어놓아 마치 한바탕 굿판을 보고 있는 듯 현실감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실감나게 무당 굿거리를 풀어놓은 이 작품이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필자는 늘 시는 인문학적 요소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인문학人文學은 사람,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그리고 그 문화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다.

 

그런 점에서 본 작품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민속신앙의 적나라한 모습을 시문학으로 접근하였다는 데 큰 평가를 내리고 싶다.

 

이 작품 속에는 서너 명의 배우가 나와 굿판을 벌이고 있다. 소매 자락에 매달린 색색의 철릭을 철럭이며 몸부림치는 신대에 몸 걸고 신내림을 기원하는 무당, 큰 북을 사정없이 후려치며 굿판을 무아지경으로 이끄는 고수鼓手, 저승문을 닫아걸고 병든 자를 데려가지 말라며 싹싹 빌며 축원하는 도량, 그리고 무대 밖에는 그 굿판을 구경하는 사람들. 이 적나라한 굿판의 모습은 바로 우리 인간이 매일같이 살며 엮어가는 인생무대에 다름없다.

 

종교와 신앙은 달라도 기원하는 마음은 다 똑 같은 법. 단지 사람의 일은 사람의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라 하늘의 뜻에 달려 있으니, 살려달라고 굿판을 벌이는 그 순간에도 아랑 곳 없이 장대비는 자연의 순리대로 퍼 붓고 있을 뿐이다.

 

어쩌자는 것인지/ 양철 덧댄 지붕 위로 뛰어내리는/ 굵은 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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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20 [09:10]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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