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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 今週의 시 > 심영일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1/13 [12:34]

 

                             바퀴

 

                                            심영일

 

 

아파트 내 자전거 보관소

목이 잠긴 그가 슬어가고 있다

녹이 슨다는 건 멈춰있다는 것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라는 얘기다

 

림을 이탈한 혀는 뫼비우스처럼 구겨져 있다

침이 마르도록 도망쳐도 만나게 되는 아침을

의심 없이 달렸을 혀

원심력을 견디지 못한 기억 몇 개는 튕겨 나가기도

했겠다

 

구르는 것은 각을 잃는다

아찔한 풍경을 달려 봐서 안다

모서리를 내놓지 않으면 쓰러져야 한다는 걸

교차로마다 머뭇거려야 한다는 걸

 

은행잎에 섞여 저녁이 오면

어둠을 걸친 그가 몸을 턴다

 

원형을 향해 엇갈린 살의 배열이

수천 킬로미터 달려온 시간을

킬로그램 단위로 환산하고 있다

 

▲     심영일 시인 ©전남방송

 

    ㅡ 김부회 평론가상 수상작 ㅡ

      

<평론> 김부회 / 시인. 문학 평론가

김포신문, 대구신문 전문해설 위원

모던포엠 편집위원

계간 문예바다 부주간

도서출판 사색의정원 편집주간

중앙문단 활동 중,

시집, 답지 않은 소리

평론집 시는 물이다

중봉문학상 대상

2019 가온문학 창작지원금 수혜

사람과 시 동인

 

 

이미지를 보고 글을 쓴다는 것은 이미지가 없어도 글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필자가 늘 말하는 풍경을 보고 풍경의 배경을 써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대체적으로 경시에 올라온 작품들이 이미지가 없어도 읽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자전거를 보고 시제를 자전거라고 한다면 약간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것이며, 온통 자전거 이야기만 쓴다면 그것도 재미없을 것이다. 심영일의 작품은 자전거를 보고 삶의 한 부분을 읽었다.

 

자전거 보관소에 있는 많은 자전거 속에서 유독 녹슨 자전거에 시선이 멈춰있는 화자.화자는 가족 속에서 밀려나 있는 노인을 연상했을 것이며, 노인의 젊은 한때와 지금의 시간을 비교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하지만 그시간의 무게가 무엇으로 남아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 되어야 한다.

 

림을 이탈한 혀는 뫼뵈우스처럼 구겨져 있다/

구르는 것은 각을 잃는다/

 

두 개의 문장은 삶의 깊이와 사유를 고민하게 된다.

특히 구르는 것은 각을 잃는다는 표현은 대단히 좋은 표현이며 이 작품의 시제인[바퀴]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 깊다는 것을 반증한다.

 

3연의 전문은 이렇다.

 

구르는 것은 각을 잃는다/ 아찔한 풍경을 달려 봐서

안다/ 모서리를 내놓지 않으면 쓰러져야 한다는 걸/

교차로마다 머뭇거려야 한다는 걸/

 

읽으며 생각나는 것은 나의 지나간 시간이다. 회상이며 회한이며 반성이며 성찰이다. 이런 것에서 우리는 시의 본질인 반성에 대한 공감을 갖게 되는 것이며 울림을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단점도 같이 보인다. 시가 몇 줄이어야 한다는 고식이나 정답은 없다. 단 한 줄에 끝나도 시는 시이며 좋은 시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시를 쓰다보면 이유 없이 글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심영일님의 작품은 기승전결 구조를 차용했다. 그러다 보니 결구에 가서 약간의 멋을 냈다는 생각이 든다.

 

은행잎에 섞여 저녁이 오면/ 어둠을 걸친 그가 몸을

턴다/

 

좀 더 깊은 시가 되려면 4연의 1[은행잎에 섞여저녁이 오면]은 불필요하다. 정황이나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것은 1연에서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은행잎과 저녁이라는 것으로 시작으로 시를 환기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을 걸친 그가 몸을 턴다/ 로 깔끔하게 가면 더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수천 킬로미터 달려온 시간을/ 킬로그램 단위로

환산하고 있다/ㅠ 정확한 것은 좋다. 하지만 시적 운율과 라임을  고려한다면 달려온 시간을 작은 단위로 환산하고 있다/ 해도 충분히 통하고 더 멋진 표현이 될 것이라는 아쉬운 점이 남는다.

 

하지만, 이는 평자의 평론적 관점이다 . 정답은 아니다.심영일님의 작품은 충분히 좋은 작품이며 이달의 평론가 상에 매우 적합한 작품이다. -김부회.

      

*심영일 시인은 현재 전북 군산에 거주하고 있으며 '시와글벗' 동인, '사람과 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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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13 [12:34]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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