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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릎 좀 고쳐다오<今週의 시 >4
심승혁 詩人編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1/09 [11:47]

 내 무릎 좀 고쳐다오

 

                                   심승혁

      

나의 어린 시절을 업었던 무릎이 휘었다

 

숨의 무거움 따위 아무렇지도 않았기에

사는 것을 향해 부지런히 꿇었을 그,

 

이마의 주름이 물결무늬로 흘러내려도

하얀 웃음으로 속여 왔던 그,

 

무릎이 휘었다

 

가슴에 묻고 지낸 시간을

더 이상은 이겨낼 수 없는 그 한마디가

겨우 무릎뿐일까 싶은 말이 뒤뚱댄다

 

낮은 울음의 허기진 눈물 한 방울

오열의 열꽃으로 팽팽히 그 무릎에 피워낸다면

훌쩍 커지는 당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말이 뛴다

 

칠십이라는 무게에 눌려 색 바랜 머리를 이고

하얀 침대 위에 얌전히 다리를 모으고 앉아

무엇이 그리도 미안한지

대체 뭐가 그리 죄라고

작고 동그란 눈물이 범람해 나를 무너뜨린 그 말,

 

내 무릎 좀 고쳐다오

    

- 2019년 제10회 백교문학상 우수상-

 

 

<평설> 선중관 / 시인. 수필문학가. 시와글벗 회장

 

어버이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을 희랍어로 스톨게(storge)라 한다. 스톨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사랑이며 위대한 사랑이다. 스톨게 사랑은 거의 맹목적이고 지속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그 어떤 상황과 조건에 변화되지 않는 신뢰와 보호 애정을 담고 있다.

 

어버이가 자식을 낳아 키우는데 어떤 조건이나 반대급부를 바라고 키우지 않는다. 그 사랑은 언제까지 기한을 정한 시한부 사랑도 아니다 자식이 나이를 먹어 함께 늙어가도 어버이 눈에는 근심 걱정이 떠나지 않는 자식일 뿐이다. 그래서 스톨게 사랑은 주기만 하는 내리 사랑이다.

 

이 기막힌 사랑을 받고 자란 자식이 어버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는 효자일 것이다.

 

심승혁 시인은 어머니의 사랑을 무릎에서 느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입었던 무릎그 무릎은 자식을 위해 때론 꿇어야 했고, 때론 뛰어야 했으며, 때론 뒷걸음질 치기도 했을 터. 그 무릎이 칠십 연륜의 무게에 눌려 휘어져버린 지금, 자식은 시인이 되어 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니 더욱 애달프다.

 

내 무릎 좀 고쳐다오

 

지금까지 받기만 했던 자식의 가슴을 무너트린 이 말. 그러나 자식은 이 말 앞에서도 물리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나약한 자식일 뿐이다. 돈으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눈물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심승혁의 이 는 그 스톨게 사랑, 즉 어버이가 자식에게 쏟는 내리 사랑의 힘으로 오늘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과, 자식이 늙고 병든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음을 일깨우는 죽비竹篦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

    

 

심승혁 시인 프로필 /

 

▲     © 전남방송

 

2017  격월간 문학광장 시부문 신인문학상

2018 . 제6회 황금찬문학제 시화경진대회 우수상

2018.  제13회 빛창공모전 최우수상

2018.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시 공모전

2018.  제 10회 백교문학상 우수상

2019. 강원경제신문 제10회 누리달공모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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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09 [11:47]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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