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박명(薄明)을 견딜 수 없어 술집으로 달려간다고 하지만 나에게선 늘상 보는 이 풍경은 제주에 살고 있는 것이 특권으로 다가온다.
카메라만 들고 나가면 촬영할 곳이 천지인 제주에 들어온 지 벌써 넉 달이 되어가지만, 표선에서의 감귤농장은 초보생으로 서툼이 많다.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카메라는 늘상 나의 숨결이여서 보여지는 제주 풍경들을 담고 있다.
져가는 해를 보다보면 나의 뒤 풍경의 모습은 잠깐 잊어버리고, 그 자리에 박명(薄明)이 남겨워진다.만조(滿潮)가 된 그 곳에 반영이 드리워지고 그 위에 살포시 먼 산이 담겨오는 일몰은 잔잔한 낮음으로 그저 편안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일상으로 만나는 제주 풍경이 눈부신 느낌들로 다가와 카메라를 들 수 밖에 없고, 미흡하지만 감귤농사도 하는 ‘사진찍는 농부’로 거듭 성장하고 싶은 제주살이 초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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