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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루의 문화포커스] 전남유일의 독립영화관 목포‘시네마라운지MM’
- 작고 아름다운 생들과 함께하는 불인不忍의 이름
 
이미루 기자   기사입력  2019/09/17 [16:58]

 

▲     © 이미루 기자

 

사산 직전의 염소 새끼를 들쳐 매고 들어와/

사람 병원의 응급실 앞에서 울음을 바치는 자가 있었다//

시골 의사는 등가죽을 늘여 두 대의 링거를/

염소의 몸 안으로 흘려 넣어 주었다.

- 정윤천 시 ‘不忍’ 전문

  

목포 근대화지역 오거리 부근의 한켠에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 색 칠의 건물 한 채가 눈에 뜨인다. 낡은 듯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 극장 간판이 달려있다. 전남 최초이자 유일한 독립영화전문극장인 ‘시네마라운지MM’이다.

 

▲  극장입구   © 이미루 기자

 

독립영화, 자유를 표방하는 한계를 넘어

독립영화는 인디영화(independent映畵)라고도 불리는데 창작자의 의도가 중시되어 주제나 형식, 제작 기술이나 방법 등에서 상업영화와는 차이를 보인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철학이나 예술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소수이지만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특성상 상업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무거운 주제, 인권이나 소수의견, 환경이야기 등을 주로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대중성이 낮은 실정이다. 더 힘든 것은 상영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독립영화관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 극장입구의 한켠    ©이미루 기자

  

시민들의 애정으로 만들어진 ‘시네마라운지MM’

목포는 우리나라 최초의 극작가이며 근대연극의 선구자인 김우진과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고향이다. 과거에는 인구에 비해 영화관이 훨씬 많은 지역이었으며, 한국영화의 주요 촬영지였다. 이런 역사적 배경 아래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은 지역으로 자리매김 되어 왔으며, 지난 2012년부터는 매년 인권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목포 인권영화제’는 지방에서 치러지는 큰 규모의 영화제이지만 그간 변변한 상영관이 마련되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독립영화관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매년 대두되었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곤 하였다. 그러나 2018년 3월, 문화예술을 아끼는 시민들과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전남최초의 독립영화관인 시네마라운지MM’이 문을 열게 되었다. 목포시에서도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극장의 공간 인테리어를 지원하여 주었다.

 

▲    입구에서 바라본 상영관     ©이미루 기자

  

극장의 풍경, 독립영화처럼 자유롭고 독특한 그들만의 목소리

MM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뜻한다고 한다. 처음엔 ‘목포’와 ‘목원동’ 이니셜의 차용이었는데, ‘무비(Movie)’, ‘무브먼트(Movement)’, ‘메이크(Make)’ 등등 관객들이 원하는 대로 느낄 수 있는 이름으로 내걸게 되었다.

극장의 내부도 독립영화관다웠다. 입구에 붙여진 포스터나 전단지등의 배치는 마치 게스트하우스 같은 느낌이 나기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표소나 팝콘가게 대신 편안한 카페가 자리한다. 여타의 상업영화관 분위기와는 사뭇 딴판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허름하지도 않은 독특한 분위기는 편안함과 개방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상영관 역시 마찬가지의 느낌이다. 노출콘크리트 인테리어에, 좌석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좌석의 배치, 스툴까지 있는 소파와 각양각색의 의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정집 거실 같거나 친구네 지하에 있는 가족 영화관 같기도 했다. 간단한 음료나 과자는 물론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이라는 점은 조금은 쇼킹하게 느껴졌다. 인테리어나 여러 컨셉의 소품들도 소수, 차별, 소외, 혐오 등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    상영관 내부       ©이미루 기자

  

不忍의 정신이 빛을 발한 짧지만 두툼한 역사

짧은 역사의 영화관에서는 그동안 많은 일들이 두툼한 역사책처럼 역어져있었다. 영화관은 그간 대표적인 행사로 ‘국도 1호선 독립영화제’와 ‘목포 인권영화제’를 담당했으며, 매달 사회적 이슈의 영화나 결코 하찮지 않은 사람들의 인권 이야기, 예술영화와 다큐, 지역에 관한 많은 종류의 영화들이 상영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위안부 문제와 일본과의 갈등 등을 반영해 ‘주전장’과 ‘김복동’을 상영했으며, ‘동물원’이라는 영화를 상영해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목포 인권영화제’는 차별과 혐오, 소외의 현장과 이에 맞선 인권을 이야기하는 영화제인데, 극장은 시민들과 함께 불평등과 차별, 사회구조적 모순 등을 인식하며 인권감수성을 키우는 자리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국도 1호선 독립영화제’는 국도 1호선의 시작점이 목포라는 것에서 착안돼 붙여진 이름이다. ‘다시 신의주까지 연결되기를 기원하는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아 영화제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영화제야말로 전남 유일의 독립영화관이 탄생하게 된 가장 중요한 자극제이기도 하였다.

올해로 6회를 맞는 2019 ‘국도 1호선 독립영화제’는 영화, 전시, 공연 등과 함께 오는 26부터 4일간 열릴 예정인데, 현재 극장에서는 영화제때 상영할 작품들의 선별작업이 한창이었다.

 

▲  제6회 국도 1호선 독립영화제 포스터   © 이미루 기자

 

이밖에 이곳에서는 관객이 영화를 선택해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지역문화를 위한 로컬영화섹션,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특징에 맞는 전문가를 초빙해 함께 나누는 GV(Guest Visit) 등을 운영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성우 대표, 강인함이 배어있는 운명적 영화인

‘시네마라운지MM’의 대표이자 영화감독인 정성우씨는 수줍은 듯 하면서도 총기 서린 눈빛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독립영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사명으로 가득 차 있어 보인다.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진학해 문학을 전공하며 한때는 작가를 꿈꾸었던 문학청년이었다.

처음 영화와 인연을 맺은 건 영화관련 일을 하는 친구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때 신문사 산하 ‘다큐멘터리 제작학교’에도 다녔지만, 나중에는 영화연출전공으로 대학에 재입학하여 소양을 갖춘 뒤 지금까지 영화관련 일을 해오고 있다. 현재 그는 목포해양대와 동신대 등에 출강하며 영화제작을 강의하고 있으며 동학관련 다큐를 제작 중에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정 대표는 상업영화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독립영화육성에 앞장서게 된 이유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 다양한 소재들,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들”을 꼽으며, “상업논리로 인해 문화적 선택을 제약받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그것을 찾아내어 돌려주는 보람된 일이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  정성우대표   © 이미루 기자

 

그는 “한국의 단편, 독립, 예술영화는 세계적 수준이며 세계 단편영화 시장에서 매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외면당하는 분위기여서 매우 안타깝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작은 후원금 및 공적지원만을 통해 운영되는 현실 속에서, 예술과 문화, 사람과 만물에 대한 사랑의 마음만으로 “8명의 동료들과 함께 극장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그의 말에 MM의 현실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시간이 흘러갈수록 시민들에게도 목포를 비롯한 전남의 정치권에게도 독립영화라는 단어가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하였다.

 

▲     © 이미루 기자

 

에필로그

희망의 불빛처럼 노랗게 빛나고 있는 ‘시네마라운지MM’을 다녀온 후 영화와 문화로 사회정의와 인류애를 고민하는 예술인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재미와 오락과 물질만을 추구하는 상업영화들 속에서 인류와 세상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정신이 존중받는 시간을 함께 꿈꾸어 보고 싶어졌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욕구이론을 통해 “인간은 하위단계의 기본적인 욕구충족을 넘어서면 상위단계의 심미적 욕구충족과 자아실현을 충족시키고자한다”고 하였다. 자본과 제도의 편리성에 기대어 다수결이라는 조건으로만 사회를 이끌어가는 현대의 합리주의적 성향은 소수를 배제시켜 왔던 게 사실이다.

영화는 상영관의 숫자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여러 장르의 영화에게 상영의 기회를 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영화 같은 비상업적 예술의 영역에게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져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사업의 근간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상도 한번 돌아봐야 할 점이다.

 

한편 ‘시네마라운지MM’은 올 11월 장소를 이전해야 하는 귀로에 서있다. 지난한 노력과 작업 끝에 전남유일의 독립영화관으로 자리 잡았으나, 갑자기 솟아오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심정이다. 천민자본주의인 젠틀리피케이션 현상의 전조 증상이 이 지역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자본의 논리에 귀중한 문화자원들이 설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우리들이 함께 제고해 볼 사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로운 시절을 보냈던 목포, 목포라는 현실의 지명보다 ‘나무나루’라는 이름이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이유도 이 거리에 도내 초유의 독립영화관이 자리 잡고 있어서이지는 않았을까. 그 영화로움이 활짝 피어나기를 꿈꿔본다.

▲  인터뷰 장면   ©이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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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17 [16:58]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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