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오픈 중인 오복이 화백을 만났다.
유리 문 바깥을 서성이던 본 기자를 한눈에 알아본 그의 눈빛 너머로 “반갑습니다!”가 투영 되었다. 청잣빛 기와지붕을 휘감은 능소화가 한 폭 그림 같은 미술관 내부로 들어섰다.
작품의 대부분은 수국과 조팝꽃나무가 바구니와 어우러져 서정미 넘치는 것들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지를 덧바른 크고 작은 옛 문이 캔버스로 활용되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녹슨 문고리도 그대로 살려냈다.
낡아빠져 구멍이 숭숭 난 바구니는 그림의 주요소재가 되었다. 소박한 삶의 이력 그 자체가 이루 형용하기 어려운 감흥의 기저로 발현되고 있음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하였다.
오 화백은 이젠 더는 쓸모없어진 오래된 문과 누군가 사용하다가 버려진 바구니들을 모아서 작품을 창작한다. 그래서 작품에 표현한 바구니 또한 실제의 것을 모델로 두고 그린다.
그는 결코 새 것이 줄 수 없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깃든 소재에 대한 애착과 창작 의도를 밝혔다. 따스한 서정에 결핍을 앓고 있는 현대인의 삭막한 정서를 어루만져주는 향수를 그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각 세대 간의 경계를 넘어선 공감이 형성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궁극적으로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다작을 하기보다는 내면을 표출하는 세밀한 과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오 화백은 구도를 정해 놓고 그리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감성 흐름에 따라 갈 뿐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본 기자 역시나 작가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꽃잎의 흩날림이 세밀하게 표현된 작품에서 우리가 살아온 지난 생애가 꿈틀거린다. 흐릿한 기억이 가슴에 동심원을 그리며 그때의 시공간으로 옮겨간다. 앞으로 오 화백은 일 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열어 대중과 함께하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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