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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지나간 자리_개불알꽃
 
강대선   기사입력  2018/12/03 [15:02]

 

개불알풀

 

정지담

 

 

무릎을 꿇고 눈을 깔아라

꽃도 아닌 풀이면서

자세히 보면 풀도 아닌 꽃이면서

묻지 마라

하고많은 이름 중에 민망하게

개불알을 차고 나온 사연일랑

별꽃, 은방울꽃, 초롱꽃, 제비꽃, 양지꽃

고운 이름들은 잘난 존재들의 몫

불알을 달고 나온 풀은 나 혼자면 되는 것을

내려다보지 마라

엎드려 눈을 맞추어야 비로소

환하게 열리는 사랑

세상의 아름다운 꽃들 중에

온몸을 낮추게 하는 당당함으로

소불알도, 말불알도,

사람의 불알도 아닌 개불알로 와서

탐욕의 한 시절을

한껏 주눅 들게 하는

겸손한 꽃이여

 

 

 

시인 정지담

백두산 문학등단. 시산맥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지리산에 들어 시를 쓰고 있다. 시집으로 꽃이 아름다운 건 지기 때문이다등이 있다.

 

 

 

詩說 강대선

▲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개불알꽃은 봄까치꽃이란 예쁜 이름이 있지만 시인은 일부러 개불알꽃이라 명명하고 있다. ‘고운 이름들은 잘난 존재들의 몫과 대비하기 위한 장치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개불알로 와서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탐욕의 한 시절 시인은 무엇을 했을까. 지금은 지리산에 들어 지리산과 함께 물들어가고 있다. “엎드려 눈을 맞추어야 비로소/환하게 열리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을까.

 

이름을 얻기 위해, 잘난 존재가 되기 위해 시끄러운 세상이다. 나도 언젠가 지리산에 들어 시인과 함께 엎드려 들꽃과 눈 맞추고 싶다. 삶에 겸손한 자가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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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3 [15:02]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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