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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지나간 자리_나는 乙이다
 
강대선   기사입력  2018/12/03 [14:57]

 

나는 이다

 

김장호

 

 

 

항상 부탁하며 살아가는

나는 이다

원래 숫기 없는 성격이라

다른 사람과 잘 사귀지 못하지만 그나마

조금씩 염치없어서 로 살아가지

당신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성채의 성주

당신 앞에선 내 그림자조차 작아진다네

좀체 당신 속을 알 수 없어

당신 눈치를 보느라 하루해가 모자라네

한번쯤은 남다르게 살고 싶었건만

그렇다네, 세상살이

을의 삶도 필요하다고 마음 고쳐먹었네

버리면 길이 보일까

어제의 날카로운 적의를 내려놓았고

이젠 새우등이 제법 몸에 배었네

그런 나를 선택해줄 땐 고마워 눈물이 난다네

어둠의 갈피에 눈물자국 숨기고 돌아오지만, 가끔

아내의 손때 묻은 잔소리도 잠자코 들어준다네

그래도 한밤에 자리끼를 찾다가

내 영혼의 옆구리를 한 번 만져본다네

 

 

 

시인 김장호

 시인  칼럼니스트 시집 나는 이다, 소금이 온다, 산문집 희망 한 다발 주세요등이 있다.

 

 

 

 

詩說 강대선

▲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나는 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은 부탁을 하는 사람이고 갑 앞에서는 작아지는 사람이다. 이런 이 지니고 있는 것은 눈물 자국이다. 그래도 위안은 있다. 가족의 품에 돌아오면 아내의 손때 묻은 잔소리도 들을 수 있고 한밤에 일어나 영혼의 옆구리를 한 번 만져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의 사회가 되었을까. 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믿음이 깊지는 않지만 이 땅 낮은 자를 위하여 예수가 오셨다는 말을 믿는다. 을 위한 신의 하강이랄까. 그렇게 보면 예수는 혁명가 중에 혁명가였을 것이다. 갑이 아닌 을 위한 사회를 열고자 했으니.

 

의 자리에 오를 일이 없을 테니 어쩌면 나는 은총을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영혼의 옆구리에서 들이 눈물이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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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3 [14:57]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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