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
백애송
바닥에 놓인 하루는 무슨 맛일까
커다란 목련꽃 한 송이 투박하게 떨어지는 소리, 약점을 안녕이라고 부르는 소리, 그리고 희망고문 한 주전자를 올려놓는다
눈이 다한 자리에는 마음이 남을 거라 믿었다 보이는 것만 접는다는 어설픈 설법이 올라와 있을 것이니
자발성 없는 이해와 소통이 컵 속에 있는 순간
아직 봄은 오지 않았고
초록이 되기에는
많은 날들이 녹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로지, 소비를 위해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낳은 미니어처들
지구 위에 엎질러진 하루
시인 백애송
2016 『시와 문화』로 등단. 광주대문창과 출강. 시산맥호남시동인 활동 중.
詩說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권.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한국가사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이 시를 시답게 하는 것은 “지구 위에 엎질러진 하루”이다. 쟁반이 지구로 비약하는 지점이다. 이 쟁반 같은 지구에 엎질러진 하루 동안 누가 살아가는가. 개미보다도 작은, 눈에 보이지 않은 이들이 ‘소비를 위해’ 살아간다. 이러한 소비사회는 ‘자발성 없는 이해’와 결여된 ‘소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록이 오기 전까지 너무 먼 ‘불통’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를 시인은 ‘희망고문’이라 부르고 있다. 희망만을 주는 사회. 내일은, 내일은 하면서 오늘을 견디게 하는 마약 같은 희망이 오늘을 살게 하는 것일까. 쟁반에서 건져 올린 시인의 사색이 크고도 넓다. 아직 초록이 되기에는 ‘어설픈 설법’만 난무하는 사회. 하지만 엉클어진 쟁반 위에도 여전히 봄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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