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시가 지나간 자리_쟁반
 
강대선   기사입력  2018/11/09 [13:51]

 

쟁반

 

 

백애송

 

 

바닥에 놓인 하루는 무슨 맛일까

 

커다란 목련꽃 한 송이 투박하게 떨어지는 소리, 약점을 안녕이라고 부르는 소리, 그리고 희망고문 한 주전자를 올려놓는다

 

눈이 다한 자리에는 마음이 남을 거라 믿었다 보이는 것만 접는다는 어설픈 설법이 올라와 있을 것이니

 

자발성 없는 이해와 소통이 컵 속에 있는 순간

아직 봄은 오지 않았고

초록이 되기에는

많은 날들이 녹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로지, 소비를 위해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낳은 미니어처들

 

지구 위에 엎질러진 하루

 

 

 

시인 백애송

2016 시와 문화로 등단. 광주대문창과 출강. 시산맥호남시동인 활동 중.

 

 

詩說 강대선

 

 

 

▲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한국가사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이 시를 시답게 하는 것은 지구 위에 엎질러진 하루이다. 쟁반이 지구로 비약하는 지점이다. 이 쟁반 같은 지구에 엎질러진 하루 동안 누가 살아가는가. 개미보다도 작은, 눈에 보이지 않은 이들이 소비를 위해살아간다. 이러한 소비사회는 자발성 없는 이해와 결여된 소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록이 오기 전까지 너무 먼 불통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를 시인은 희망고문이라 부르고 있다. 희망만을 주는 사회. 내일은, 내일은 하면서 오늘을 견디게 하는 마약 같은 희망이 오늘을 살게 하는 것일까. 쟁반에서 건져 올린 시인의 사색이 크고도 넓다. 아직 초록이 되기에는 어설픈 설법만 난무하는 사회. 하지만 엉클어진 쟁반 위에도 여전히 봄은 오고 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8/11/09 [13:51]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2024년 3월 이달의 추천관광지-영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