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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지나간 자리_발프르기스의 푸른 밤
 
강대선   기사입력  2018/11/02 [10:20]

발프르기스의 푸른 밤

 

 홍애니

 

밤의 숲 속에는 노파와 젊은 여자가 숨어 있다

바람은 만개의 혀로 휘파람을 분다

정령들은 짓궂게 같은 곡조를 춤춘다

발이 깊을수록 창백하게 가라앉는 달빛

심해처럼 천천히 밤이 헤엄쳐 온다

수초처럼 검푸르게 일어서서

굳 나잇 나잇 나잇 굳 나잇

노파가 손을 흔든다

젊은 여자는 오래전 내가 알던 밤의 찬미자

파울 클레의 빛나는 푸른 불빛들

야물게 닫힌 입술로 밤의 강을 건너는 푸른 처녀

길을 잃었을 때는 한 방향으로 계속 가라고?

한 방향 때문에 잃어버린 건 어디서 찾지?

밤에서 꿈을 분리해 내는 것과

검은 숲에서 초록을 분리하는 달빛

헛된 수고들의 윤곽에서 일어서는 은빛 솜털들

이미 유착된 지 너무 오래된 삶과 죽음처럼

푸르디 깊푸른 발푸르기스의 밤

도시는 상처를 핥는 푸른 뱀의 긴긴 혀

 

 

 

시인 홍애니

2003년 캐나다로 이주 2011년 시집 산딸나무가 있는 풍경발간 2017브리타니아 벌판에서 늦은 디너를발간.

 

 

 

 

 

詩說 강대선

 

▲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현대사회는 분리(分離)하는 것을 좋아한다. ‘너와 나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멕시코에서 태어난 시인 옥타비오 빠스는 나는 너다, 그리고 는 나다.” 고 노래한다. 분리는 우리를 고립되게 하고 전체를 보지 못하게 한다. 시인은 노인젊은 여자가 하나라고 말한다. 삶과 죽음이 하나인 것처럼. 그 둘을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리는 헛된 수고들이라는 말로 드러나 있다.

 

시인은 파울 클레가 그린 발프르기스의 밤이란 명화를 바라보고 있다. 숲을 바라보며 일어난 상상 속에 시인의 가치관을 담았다. 그림 속에서 노인젊은 여자검정초록죽음을 떠올리지만 그 모든 것이 헛된 수고들이라는 것을 안다.

 

누가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함께 살아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내게로 오고 내가 그에게로 간다. 이 세상을 홀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내 안에는 누가 살고 있는가? 수많은 내가 함께 살고 있다. 노인으로도 젊은 여자로도 아이로도 청년으로도 삶으로도 죽음으로도 살아간다.

 

상처를 핥는 푸른 뱀의 긴긴 혀와 같은 인연에 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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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02 [10:20]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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