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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지나간 자리_똥꼬가 아프다
 
강대선   기사입력  2018/09/21 [10:47]

 

똥꼬가 아프다

 

 

정영숙

 

두 달 지난 희찬이는 기저귀를 떼고

응가 연습중이다

응가는 밴기에! 쉬이아는 밴기에!

입으로는 앵무새처럼 잘 나오는 말이

실전에서는 긴장한 힘의 조절이 어려워

얼굴만 빨개져 변기통에서 내려온다

변기에 쉬를 했을 때는 초콜릿 한 개

응가를 했을 때는 막대사탕이 한 개

달콤한 작전이 먹혀 쉬이~하는 것은

거뜬했지만 도대체 그 큰일이 문제다

거북한 아랫배 슬슬 압박해 오면

엉덩이 신호가 급하긴 한데 안절부절

똥꼬가 아프단다

살살 달래서 변기에 앉혀놓고

같이 쭈그리고 앉아 고민을 푼다

길게 풀어놓는 근심 덩어리 쏴아

내려간 하얀 변기에 맑은 물 차오르고

발랑발랑 막대사탕 빨고 있는 달콤한 순수

까만 눈동자 속에 별빛 쏟아놓은 듯

막힌 속이 편안하다

 

 

 

정영숙 시인

 전남 나주 출생. 2011년 계간 시와 사람으로 등단. 목포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

 

 

 

詩說 강대선

▲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왜 뒷간을 해우소(解優所)라고 하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인데 근심이 무엇일까. ‘막힌이라는 말에 눈이 간다. 우리 몸에서 막혀 있는 채 나오지 않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때론 생각이 막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 둘 다 근심 덩어리이다. 화자는 이 근심을 어떻게 풀어내는가. “같이 쭈그리고 앉아고민을 나눈다. ‘같이앉아 있는 일이야말로 도반이며 동행이며 근심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막힌곳이 많아 변비를 앓고 있는 일들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한다. 고민을 푸는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사탕과 초콜릿을 주는 처방을 내놓기도 하고 밴기에! 밴기에!’하며 목에 힘을 주어 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근심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쭈그리고 앉는 것이다. 근심하는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근심을 한가득 지니고서 정작 시원하게 풀 줄 모르니 똥꼬가 아프다.” 근심을 내려놓는 자만이 발랑발랑막대사탕 빨면서 까만 눈동자 속에 별빛 쏟아놓은순수를 맛볼 수 있는 것이리라.

 

근심을 뱃속에 가득 채우고 금덩어리라도 지닌 양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좀 편안해져야겠다. 아침부터 근심 곁에 쭈그려 앉는다.

 

희찬아, 나도 응가 연습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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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21 [10:47]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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