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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지나간 자리_1등을 하다
 
강대선   기사입력  2018/09/09 [08:14]

 

1등을 하다

 

우대식

 

 

초파일 전 어느날

잘 아는 암자

스님의 상좌로부터

아름다운 문자 하나를 받았다

작년에 50등을 했는데

올해는 100등을 하고 싶다는

이 아름다운 문자를 받아들고 종교란 무릇 이런 것이라 생각했다

더 낮은 등수로 가고 싶다는 욕망

참 맑다

그러다 이런 등수는 누가 매기나 생각도 해보았다

무슨 종단인가? 아닐 것이다

종단이란 1등을 지향하지 않겠는가?

논에 물을 받으면서 들판은 아연

생명의 흔적으로 자욱했다

참 부처님께서 좋은 날 태어나셨구나

아래로의 욕망 100등을 돕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다가

등이 등불이라는 것을 알았다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한국의 종단들이 1등을 지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머지 등은 마음에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에

매달아 주고

1등을 매달고 벙긋벙긋 웃으며,

 

 

 

시인 우대식: 1999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 『설산국경

 

 

 

 

 

詩說 강대선

 

▲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나는 왜 등수만 나오면 위축이 되는 것일까화자도 등수에 위축되었는지 착각을 한다. 이 착각이 시를 재밌게 한다. 스님의 상좌가 생각하는 등수와 화자가 생각하는 등수의 의미차이 가 만들어 내는 어긋남 때문이다. 상좌 스님은 등수는 초파일에 밝힐 등불의 수이고 화자가 생각하는 등수는 줄을 세우는 등수를 의미한다. 문제는 아래로 붉을 밝히는 상좌 스님의 등불보다는 우리 사회가 남보다 앞서 나가기 위한 1등에 더 민감하다는 데 있다. 시인은 더 높은 등수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더 낮은 등수로 내려가고 싶다는 욕망을 꿈꾼다. 경쟁으로 치닫는 1등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는 1등의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한 등씩 달고 99등은 남을 위해 불을 밝히는 사회. 세상이 더 환해지지 않겠는가. 시험지 유출과 성적 조작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다. 이제는 위로만 올라가려는 행복의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나도 시인과 함께 1등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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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09 [08:14]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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