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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예술_영화 해어화
 
강대선   기사입력  2018/08/16 [11:11]

 

 

 

▲     © 강대선 영화광고 캡처

 

 

영화 해어화

 

 

 

 

 

평설 강대선

 

▲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말을 알아 듣는 꽃. 기예와 학문을 갖춘 꽃. 정절을 중히 여긴 꽃.

 

해어화(解語花), 영화를 보면서 세 가지 생각을 해 본다. 첫 번째로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소율에게 있어서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은 정절을 지키려고 한다. 나중에 경무국장의 애첩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파괴시키지만 그것은 사랑의 맹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정당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자신의 사랑을 자신의 동무인 연희가 뺏어 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우는 어떤가. 윤우의 사랑은 변한다사랑이 변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대의이고 이 대의를 위한 연희의 노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우가 추구하는 예술은 조선이라고 하는 나라에 대한 사랑과 연관이 있다그러니 그의 사랑은 좀더 포괄적이다. 그래서 소율에 대한 그의 사랑은 절대적이지 않다. 그러면 연희는 어떤가 연희의 사랑도 '조선의 마음'이라고 하는 대의를 위해 자신의 동무에 대한 우정을 저버린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연희는 자연스럽게 조선이라고 하는 대의를 윤우를 통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랑을 위해 두 사람에겐 우정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조선의 마음'을 노래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귀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율로서는 이 대의를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힘을 동원해서 자신이 빼앗긴 것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그녀가 찾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사실은 이미 그녀가 가지고 있었다) 연희가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녀에게 보인 것은 연희뿐이었다. 왜? 윤우의 사랑을 받는 존재니까.

 

그럼 두 번째로 그들의 태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윤우의 어머니는 기생이었다. 기생의 아들로 정신세계 또한 자유롭다. 자유로운 정신의 세계를 지녔기에 그의 음악 세계도 경직된 것을 넘어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한다. 그는 출세를 버린다. 왜냐하면 출세하면 할수록 조선을 억압하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출세하면 할수록 같은 동포를 옥죄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대의명분을 얻는다. 다음으로 연희는 누구인가. 연희의 아버지는 인력거꾼이고 못 배운 사람이다. 결국 연희의 상징은 힘들게 살아가는 가난한 소선의 민중인 셈이고 연희가 이런 민중을 대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설정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는 조선의 한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것이고 조선의 백성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소율은 어머니가 명창이었다는 후광을 업고 자랐다. 그래서 어려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회에 대한 특별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아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동무 연희에게 모든 것을 주었는데 왜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고 자신의 노래를 빼앗기고 자신의 미래를 뻬앗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 세 번째로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연희와 소율 모두 이난영의 노래를 좋아하고 동경한다는 의미에서 기본적인 동일선의 선상에 서 있지만 소율은 정가에 대해 능통하다. 정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소수의 사람에게 인정을 받는 곡이다. 그러니 소수의 엘리트들이 즐기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행가는 대중의 노래이다. 흘러가고 잊혀져 가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윤우는 조선 사회가 처한 현실로 볼 때 정가보다는 유행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를 위한 예술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예술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가 서로 대립된다고 볼 수 있을까소율의 마지막 노래 '사랑, 거짓말이'가 성취한 예술성은 소율의 진정성과 한 인간으로서의 아픔이 동시에 전해지는 곡이다. 소율의 노래는 기자로 대변되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예술은 무엇일까. 진정성 있는 아름다움이라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

 

해어화는 한 시대를 살아간 주인공들의 사랑이고 저항이고 예술이고 배신이고 대의이고 아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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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16 [11:11]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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