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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삶을 치유하다
ㅡ 시인 정윤천 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18/06/21 [09:16]

  

 

삶이 지니고 있는 속성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그것은 삶 깊숙한 곳을 밀착하고 있는 기억을 기억하는 기억이 목젖을 찌르는 고약한 아픔을 삼키는 울음이기도 했다. 그 울음은 보라색으로부터 온다는 일이었으나 슬픔에 휘감긴 등을 누군가에게 기대어 위로 받는 일이기도 했다. 웅장한 빛으로부터 밀려난 어느 구석자리 그늘에서 거룩한 빛을 내며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고 있는 지상의 별들을 생각한다.

 

생이란 좀 두툼한 시집일까, 그 무엇이라고 명명할 수 없는 그 명제를 늦게까지 아프게 제목을 붙여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저 시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을 말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허깨비와 싸우는 것만 같지만 나무와 바람과 새들도 알을 낳는다는 일처럼, 우린 침엽에 찔린 손끝으로 무던히도 산란을 멈추지 않는다. 그 사이로 강물이 흐르고 기차가 지나갔다는 일이란 것을 기억해내는 것이다.

 

정윤천 시인은 소시민의 얼룩진 애환을 맑은 유리창처럼 닦아 찬연한 지상의 별빛으로 승화 시켜냈다. 우리 스스로가 그러했으며 시인은 그것을 과하지 않은 언어로써 제대로 투영해냈다. 누군가의 때 묻은 신발들을 제 자리에서 닦아내주고 밀감처럼 익어갔다가 떨어진 별들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일, 그 사실은 힘겹지만 성실하게 살아내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있다.

 

옥고를 내어주신 정윤천 시인에게 감사드리며 그의 작품 <지상의 별>,<좀 두툼한 시집 같은>을 소개한다. 시를 읽는 아름다운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     © 전남방송

* 약력 /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0)

계간실천문학 등단 (1991)

계간시와사람 (2013-)

광주전남작가회의 부회장 (2015-)

보건대학교 평생교육원 출강 (2016-)

신세계문학 발행인 (2018-)

現)전남방송 문화사업부 사장

 

 

1. 지상의 별

 

 

정윤천

 

면소의 늙은 약사는

지금쯤 하늘나라로 돌아갔을까

푸줏간을 접은 김씨와

산판에서 내려온 집안사람 하나도

먼 길 앞둔 행려의 몸들을

겨울나무처럼 덜고 있었는데

그땐 왜 몰라보았을까

농협 건물 담벼락 밑에서

고장 난 우산살을 깁고

때 묻은 신발들을

유리창처럼 털고 닦아내주던

신기료 영감이 떠나가고 난 뒤에서야

땅 위에서도 제 자리에 열려서

밀감처럼 익어 갔다가 떨어진

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2. 좀 두툼한 시집 같은

 

정윤천

 

나무와 바람과 새들도 알을 낳는다는 일

나무와 바람과 새들도

 

나무와

바람과 새들을 기억해 내었다는 일

 

기억이 몸 안에서 나올 때까지

애를 썼던 게 보였다는 일

 

보라색이 온다는 일

등을 벽에게로 기대어 보았다는 일

 

침엽에게로 찔렸던

손끝이었던 일처럼

 

늦게까지 아프게 제목을

붙여 보았다는 일

 

그 사이로 강물이 흐르고

기차가 지나갔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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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21 [09:16]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그림자 18/06/21 [12:08] 수정 삭제  
  시가 넘 좋아서 어쩌죠? 미친듯 낭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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