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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삶을 치유하다
우 현자 詩人 (編)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18/03/29 [06:42]

 

, 삶을 치유하다

우 현자 詩人

 

 

▲     © 전남방송

 

시는 주관적, 직관적 철학이 강한 문학 장르에 속한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시인의 주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시인 고유의 색채로 시적詩的 대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적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이다.

 

언제부터인가 실소를 자아내는 말이 풍문으로 떠돌아다닌다.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가 많다. 교회, 여관, 시인이라는 것이다.

시인이 많아질수록 각박한 사회현실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위로해주리라는

희망을 언급하는 부류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범람하는 시인들을 두고

폄하하는 경향을 받아들이기도 거북스럽다.

 

이 쓰라린 속을 게워낼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기에 조심스레 다음을 언급해본다.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해야 하는 임무가 있음을

자각하는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양질의 글로써 독자에게 다가서길 갈망하는

창작열이야말로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된 셈이다.

 

우 현자 시인은 치열한 시인정신으로 시를 짓는 좋은 본보기라 말하고 싶다.

우 시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그녀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흔들어 깨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시인임을 알 수 있다. 고전과 철학서를 읽으며 사유하고

시인으로서의 자존감을 충족해나가는 면모와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는 내면은

고스란히 시작詩作에 반영되어 있다. 철저하게 고독한 길 위에 서 있는

우 현자 시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 우 현자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며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약력 : <청일문학> 신인문학상

시와글벗문학회 사무국장

시와글벗문학회 동인지 문장 한 줄이 밤새 사랑을 한다공저 외 다수.

<오후 네 > 스토리채널 운영자

 

 

1. 기억상실 증후군

 

우 현자

 

 

겨우내 완성된 퍼즐을

하나씩 벗겨낸다

한 조각은 그대와 읽은 책 몇 페이지쯤에

또 한 조각은 나의 몸 어디쯤에

또 한 조각은 그날 어느 공간에

한 조각 한 조각 벗겨 낼 때마다 가벼워진다

그을린 자욱 덧난 흔적

억지로 꿰매듯 맞춰진 조각들이 속살을 드러낸다

더 말하지 못한 슬픔 더 행위 하지 못한 몸짓

더 싸우지 못한 생의 넘쳐나는 고독들

선명한 경계의 선들 무뎌지고 끊어지고

다시 날개가 나온다

 

마지막 퍼즐을 떼어 내기도 전에

가벼워진 너무 가벼워진

휑하니 헐거워진 기억 한 조각은

어쩌면 ‘....’이었는지도

 

2. 이름의 임종

 

우 현자

 

 

묻었다.

그 앞에 잿빛 비석을 세우고

지난 시간들로 봉분을 덮었다

 

기억의 싹이 나겠지

너무 밝은 꽃은 피지 말기를

 

새 언어를 배우듯 신기했던

고유성의 명료함이 사라질 때

빨간 무늬를 그려 넣는다

 

가로로 한 획

세로로 한 획

아주 경건하게

아주 슬프지 않게

 

봄날 꽃잎 가볍게 떨어지듯

의미가 진다는 것은 그런 것

 

벌써 여야 했어......’

무덤들이 분분하다

 

 3. 사막고슴도치

 

우 현자

 

 

목구멍 가시들이 돋아. 소리가 되지 못한 말이

가시로 진화해. 사막의 건조한 모래바람 속

분홍빛 속살을 숨기고 말을 잃어버린 듯 숨어있는

나를 알고 싶어 글을 읽는 것과 글을 읽으며 나를

아는 것과 어떤 것이 바람직할까가시들이

근질근질 목구멍을 핥으며 질문을 해대 비밀이고

싶어속살의 말랑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가시를 더 빳빳이 세우고 촘촘히 세워봐. 말이

되고 싶어. 을 가지고 싶어. 목울대를 긁고

다니는 가시들 무엇을 찌를까찌르려는 가시

하나를 뽑아 꿀꺽 삼키고 삼켜진 가시는 온 몸에

뾰족뾰족 제 살갗을 뚫으며 아우성을 쳐. 그러다

게운 흰 종이 위 새빨간 각혈, 나는 사막고슴도치

한 마리를 키워 불모의 땅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배운 건 가시를 세우는 것. 다만 그것뿐. 찌를 수

없는 운명을 가진 나는 오히려 나를 찌르며

자위하게 돼. 비밀은 가시를 삼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것.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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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29 [06:42]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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