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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삶을 치유하다
김 선순 시인의 시세계 詩世界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18/03/20 [22:46]

 

▲     © 전남방송

 

우리가 삶을 기어이 살아내는 이유를 말하자면, 마치 풀기 어려운 숙제를 묵묵히

안고 가는 일과 유사하다. 지친 일상을 보상해주는 존재도 때론 힘겨운 무게로

작용하고 극렬한 압박감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는 일이 잦아진다.

내 의지와 상반된 결과 앞에서 좌절하기 일쑤이고 남몰래 훔쳐내는 눈물마저도

어느덧 더는 흘러갈 수 없는 퇴적층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행복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가 아닌, 행복을 만들어가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노력에는 성실한 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세상의 모든 인간은 그 어떠한 이유로든 상처를 입고

치유하며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치유하는 과정은 저마다 다를 수 있으며 만족도 역시 다르다.

그렇다고 별반 크게 달리 하지 않음 또한 우린 알고 있다.

 

삶을 치유하는 것 중, 를 들여다본다.

그럼에 있어서 김 선순 시인의 시세계 詩世界가 지향하는 치유의 언어를

말하고 싶다. 바람처럼 들풀처럼 유연하게 살자는 시인은 소시민의 삶의

애환을 농익은 언어로 유쾌하게 풀어 놓았다.

이러한 김 시인의 글쓰기는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기에 충분하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할 당위를 해내고 있는 그녀의 작품을 소개하며,

끝으로 를 읽는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 시 세 편 : 바람처럼 들풀처럼 / 풍경 / 떴다! 별다방 미스킴

약력 : 현대시선 문학사 신인문학상

월간모던포엠 정회원

시와글벗 동인

) 전남방송 문화마당 칼럼연재

 

▲     © 전남방송

 

 

 

 

 

 

 

 

 

김선순 詩人

 

1.

바람처럼 들풀처럼

 김선순

 

들풀에 바람이 찾아오면

그 바람 타고

그 바람 보다 먼저

그 바람 안고 누워보라

 

살랑이는 바람에 설레여도 보고

순응으로 누운 풀잎처럼

허망한 욕심 놓아

바람의 물살에 흠뻑 젖어도 보라

 

단 한 번도

걸치지도 잡히지도 않고

자유로이 길을 내는 바람 앞에

잠시잠깐 내맡긴들

뿌리까지 흔들릴까

 

삶 앞에 지친 영혼아

강하면 부러지기밖에 더 할까

때론

적당함의 중용과 타협의 현명함으로

진정 자유롭길

 

지나온 날 되짚어보니

결국 거기서 거기지 않은가

거침없는 바람으로 내달려도 보고

풀처럼 유연히 흔들려도 보자

 

한 번쯤

자유로운 영혼으로

흘러가도 좋으리

한 번쯤 나를 놓아

들풀처럼 흔들려도 좋으리.

 

 

2.

풍경 風磬

 김선순

 

댕그렁 댕그렁

저건 뭍을 그리워한 형벌이다

 

산사 처마끝 나고자란 마린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수구초심

바람의 훈육에 빈 가슴 치는 회환의 소리

자만이 부른 절대고독의 독백이다

 

저 살던 곳 등지고

저가 갈구한 삶은 무엇일까

무리를 이탈해 독야청청 하리라

범인의 평범함을 벗어난

헛된 이상세계로의 동경은 아니었을까

 

바람그네가 주는 스릴은 잠시의 위로일 뿐

푸른 허공이 저 살던 물속인양

헛헛한 비늘 털기가 서늘하다

 

진정 자유함은

속한 무리 속 동거동락에 있음은 아닌지

 

저 푸른 창공에 몸 맡기고 바람을 타는

하심 下心

그 득도의 날이 오길 손 모은다.

 

 

3.

떴다! 별다방 미스킴

 김선순

 

후끈한 바람이 먼저

그녀를 훑고 지난다

 

속눈썹 짙게 그늘져 아스라한 눈매

요염하게 까만점 하나가 붙은

도톰하고 샛빨간 입술

찰싹 달라붙은

땡땡이 주홍 블라우스에 초록 미니스커트

아찔한 뒤태를 황홀히도 떠받친 하이힐

떴다! 육감적인 그녀가

 

입술을 오므리고

풍선껌 불어 터트리는 모습에

사내들은 차라리

그 입안의 껌이라도 되어

노곤노곤 해지고 싶겠지

금방이라도 앞 단추를 터트리며

해방을 부르짖을 것 같은

블라우스 속 하얀 유방이

위태 위태

 

옵빠 안녕

 

빨간 화이바에 스쿠터를 탄 그녀의

치명적인 콧소리에

늙거나 젊거나 수컷들의 심장은

터질 듯 뜀박질을 서두르고

자제력 잃은 아랫도리는 뻐근하게

텐트를 치겠지

 

바람은 알까

옵빠란 촌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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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20 [22:46]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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