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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천년의 이야기 12>
 
양인숙<아동문학박사>   기사입력  2018/01/03 [09:07]

                                                     동지 죽 한 그릇

 

                                                                              양인숙<아동문학박사>

 

 

동지는 24절기 중 12월의 마지막 달에 들어 있다. 1월에는 소한 대한 2월에는 입춘 우수 3월에는 경칩 춘분 4월에는 청명 곡우 5월에는 입하 소만 6월에는 망종 하지 7월에는 소서 대서 8월에는 입추 처서 9월에는 백로 추분 10월에는 한로 상강 11월에는 입동 소설 12월에는 대설 동지를 지나면 24절기가 지나는 것이다.

 

 

이 절기들이 한차례씩 돌아가고 나면 일 년이 훌쩍 지난다.

농경사회일 때는 24절기가 매우 중요했다. 시절을 모르고서는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음력 11일을 설이라 하지만 중국에서는 춘절이라 한다.

동지는 작은설이라 하여 새알심을 넣어 붉은 팥죽을 끓여 먹는단다.

그런데 올해는 애동지라 하여 팥죽을 끓이지 않는다고 했다. 애동지는 뭘까?

음력 11월 달을 동짓달이라고 하는데 양력 1222일 음력으로는 115일이었다. 그러니까 음력 초순에 동짓날이 들면 애동지로 애기들에게 좋은 해이고 중순에 들면 중동지로 젊은이들에게 좋은 해가 되고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하여 어른들에 좋은 해라고 한단다.

 

 

동지팥죽에 관한 시조가 있어 적어본다.

 

   冬至鄕風豆粥濃 동지향풍두죽농 향리풍속 동지에는 팥죽을 되게 쑤어

   盈盈翠鉢色浮空 영영취발색부공 푸른 사발 가득 뜨니 짙은 색이 떠오르네

   調來涯蜜流喉吻 조래애밀류후문 산꿀을 섞어 타서 한 참에 마시면

   洗盡陰邪潤腹中 세진음사윤복중 삿된 기운 다 씻겨 뱃속이 윤나겠지

        <포은 정몽주 -[팥죽을 들이키며] 전문 초서한국한시중에서>

 

 

 

포은 선생의 위 시를 보면 옛 사람들도 팥죽을 좋아하였던 가보다. 아니 그보다 더 옛날옛적 선녀와 나뭇꾼의 이야기 속 나무꾼도 팥죽을 좋아했었다.

 

선녀를 찾아 하늘로 올라갔지만 어머니를 못 잊어 천마를 타고 내려왔다가 어머니가 끓여준 팥죽을 말 위에서 먹다가 흘렸다. 뜨거운 팥죽에 놀라 말이 뛰는 바람에 떨어져 수탉이 된 나뭇꾼은 지금도 꼬옥갈게” “꼬옥갈게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걸 생각하며 쓴 동시가 있다.

 

 

 

                             꼬옥 갈게

 

               선녀와 약속을 지키려고

               어머니가 끓여준 팥죽을

               말 위에서 먹다가

               뜨거운 팥죽이 말 잔등에 떨어지는 바람에

               떨어져 수탉이 된 나무꾼은

 

 

                오늘도

                하늘의 선녀를 잊지 못해

                가장 조용한 새벽이면

                목을 치켜 올리며

               - 꼬오옥 갈께! 꼬오옥 갈께!

               소리를 지른다.

 

 

                선녀는

                지금도 토라져 있나보다

               새벽부터 저리 애타게

              - 꼬오옥 갈께! 꼬오옥 갈께!

               하늘 향해 외치지만

               아직도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양인숙 그 너머가 궁금해중에서>

 

 

 

 

그래서 생긴 궁금증 동지팥죽의 유래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속설 중에는 호랑이는 밤이 가장 긴 동짓날 장가를 간다고 한다. 왜 그러는지는 잘 생각해 보실 일이다.

요즘은 참 좋은 세상이다. 내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나온다. 그렇다고 다 믿을 것은 못 되는 듯하다.

하지만 몇 꼭지 검색해 보면 공통점이 나온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팥죽의 유래에 얽힌 이야기다. 가장 관심 가는 부분은 동짓날에 얽힌 이야기인데 두 가지의 이야기가 있었다.

한 가지는 신라시대 때의 이야기다.

글만 알고 사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지나가던 과객이라며 한 사람이 찾아와 하룻밤 묵어가자고 했다. 손님을 대접할 만한 처지가 못 된다고 하니 걱정 말라는 것이다.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떠나며 친구를 하자고 했다. 그 이후로 그 손님은 해마다 동짓날이면 찾아와 내년에는 벼를 심어라. 하면 벼가 풍년이 들었다.

 손님이 심으라 한 것은 심으면 잘 되고 돈이 되었다. 선비는 손님이 가르쳐 준 대로 하면 농사가 잘 되어 드디어 궁핍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살기가 좋아지자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자 그 손님에게 이상한 점이 보였다.

그때야 알게 된 사실, 손님은 밤중에 찾아와서 새벽에 떠나는 것이었다. 선비가 심하게 아프게 되고 병색이 짙어지자, 가까운 곳의 절을 찾아가 스님께 물었다. 스님이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 손님이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나는 백마의 피를 젤 싫어하고 무서워해요

그러자 선비는 얼른 마구간으로 가서 백마의 목을 잘라 피를 받아 손님에게 뿌렸더니 손님이 갑자기 도깨비로 변하여 도망을 가면서 저주를 퍼 부었다.

가난한 것을 내가 맘이 좋아 살펴 주었더니 나를 내쳐! 그런다고 내가 안 올줄 알아?”

손님이 도깨비로 변하여 도망을 가고 나자 신기하게도 선비의 건강은 좋아졌다. 그러나 다음 동짓날이 되자 저주를 퍼 붓고 쫓겨 갔던 손님이 또 찾아왔다 어이 친구 잘 있었나?”

반말까지 하며 들어오는 손님을 어찌할까? 백마는 이제 없는데.

그때 선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 스님을 찾아갔다.

붉은 팥을 푹 고아서 핏물을 만들고 하얀 쌀로 둥근 알을 만들어 넣어서 죽을 끓여 손님에게 주세요

백마가 없는 선비에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백마가 없는 것을 안 손님은 선비가 밥을 준비하는 줄 알고 느긋하게 사랑방에서 쉬고 있었다.

부랴부랴 팥을 삶고 하얀 쌀을 넣어 팥죽을 끓였다. 그리고 팥죽을 반대기에 가득 담아 들고 사랑방으로 들어가 손님 앞에 놓았다. 백마가 없으니 피를 못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고 느긋했던 손님은 팥죽을 보는 순간 기겁을 도깨비로 변하여 도망을 쳤다

이 뒤로 선비는 동짓날이 되면 붉은 팥죽을 끓여 대문이며 장독대며 악귀가 붙을 만한 장소에는 백마의 피 대신 붉은 팥죽을 뿌렸는데 그것이 동지죽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설은 중국의 공공씨 이야기다. 공공씨에게는 망나니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아들이 어찌나 막 되먹었는지 날마다 아버지의 속을 썩였다. 그런데 그만 그 아들이 죽고 말았다. 살아서도 아버지의 속을 썩이던 아들은 동짓날 죽어서 천연두를 옮기는 역신이 되었다.

죽은 아들이 사람들 괴롭히는 것을 마음아파 하던 공공씨는 살았을 적 아들이 가장 싫어했던 음식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들이 팥을 아주 두려워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팥죽을 쑤어 귀신이 된 아들이 접근을 못하도록 곳곳에 뿌려 물리쳤다고 한다.

공공씨가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역신 또는 잡귀를 쫓기 위해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주변에 뿌리고 기나긴 밤 이웃들과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은 참 현명했던가보다.

동짓날이 되면 밤 즉 어둠이 가장 길기 때문에 악의 시간으로 여기고 동지시간을 정점으로 어둠은 점점 짧아지고 낮의 길어지는, 즉 빛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부활의 의미로 여긴 것이다.

그리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밤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냈던 것은 아닐까.

더구나 팥은 붉은 색으로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성분은 겨울 동안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포은 선생은 팥을 푹 고아 만든 동지죽에 산꿀을 타서 한 숨에 쭈욱 들이키면 삿된 기운이 사라지고 몸속이 윤이 날 것이라고 하셨나 보다.

일 년의 목표를 정하고 어느덧 새해맞이 계획을 짤 시간이다. 올해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했고 힘들게 했으나 어찌 처리하였는가? 과연 지혜롭게 대처하였는가?

코앞에 다가온 새해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산꿀은 없지만 동지죽 먹고 윤이 나는 뱃심으로 차근차근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소원한다.

 

 

원하옵건데,

간절히 원하옵건데,

제 발길 닿는 곳마다

제 손길 미치는 곳마다,

제 음성 메아리치는 곳마다

제 눈길 머무는 곳마다

제 마음 가는 곳마다

모든 삿된 것은 사라지고

 

 

화순 땅

더 넓게 전라도

더 넓게 대한민국

더 넓게 지구상의

살아가는 생명 모두 행복하게 하소서!

 

가장 신선하게 20171222일 새벽 128, 시간을 맞추어 새알 동동 띄운 팥죽 한 그릇씩 선영에 차려놓고 기원한다.

 

 

▲     판화가 김영만 作

 

▲     양인숙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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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03 [09:07]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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